태양광 혁명, 중국이 바꾼 에너지 판도

2025-10-31 13:00:08 게재

중국 주도로 패널 비용 90% 급락 … 트럼프 정책에 미국 투자 반토막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스크립스 랜치에 위치한 한 주택 지붕에 베이커 일렉트릭의 태양광 설치 작업자들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전 세계 태양광 발전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배경에는 패널 가격의 급락이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 (현지시간) 중국의 대량 생산으로 지난 10년간 태양광 패널 비용이 90% 가까이 폭락하면서 신재생에너지 판도가 완전히 뒤바뀌었다고 전했다.

태양광 모듈 생산의 80%가량을 차지한 중국의 대량 생산으로 패널 가격이 곤두박질쳤고, 전체 설비 투자 비용도 70%가량 떨어졌다. 덕분에 태양광은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석유 부국은 물론 인도와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가장 경제적인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35년으로 내다봤던 전 세계 태양광 용량(410GW)은 이미 네 배를 넘어섰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풍력과 태양광을 합친 재생에너지가 석탄 발전소보다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하며 에너지 전환이 현실이 됐음을 입증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처럼 만성적인 전력난에 시달리던 나라에서는 일반 가정과 기업이 지붕에 소규모 패널을 달아 자체 발전하는 ‘탈중앙화’ 바람도 거세다.

중국은 이미 전 세계 태양광 용량의 절반을 차지하며 녹색 전환을 이끌고 있다. 2023년 중국의 신규 전력 수요 84%를 재생에너지가 해결했다. 세계 3위 탄소 배출국인 인도는 2030년까지 500기가와트 개발을 목표로 세우고, 올해 초 243GW에 도달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남아공 등도 자국 석유 소비를 줄이고 전력난을 해소하려고 대규모 태양광 개발에 나섰다.

반면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재생에너지 지원이 크게 위축됐다. 대규모 프로젝트 승인이 지연되거나 취소되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세액 공제가 축소되면서 투자 불확실성만 커졌다. IEA는 2030년까지 미국의 재생에너지 성장 전망치를 절반으로 깎았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정책 후퇴가 결국 미래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 주도권을 중국에 넘기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태양광의 폭발적 성장에도 재생에너지 혁명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FT는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을 위해 풀어야 할 숙제는 크게 세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첫째, 에너지 저장 능력 확보다.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해 대규모 배터리 없이는 석탄이나 가스 발전소를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 다행히 중국의 대량 생산으로 배터리 시스템 비용이 떨어지면서, 이제는 화석 연료 발전소만큼 안정적이면서도 더 싼 전력 공급이 가능해지고 있다.

둘째, 산업 전반의 전력화 속도를 높여야 한다. 전력 발전 자체는 성공적이지만, 가정 난방과 운송, 산업 공정 등에서 화석 연료를 전기로 바꾸는 속도가 더디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전력화 비중이 제자리걸음인 반면, 중국 등 일부 아시아 국가만 전기차 보급과 공장 전환 덕분에 비중이 늘고 있다.

셋째, 정책과 인프라 문제 해결이다. 인도에서는 석탄 산업의 정치적 보호막과 태양광 건설용 토지 확보의 어려움, 과부하된 송전망 연결 지연이 발목을 잡고 있다.

또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은 떨어졌지만 송배전 인프라 비용 등의 문제로 소비자의 전기 요금 인하로 이어지지 않아 대중이 체감하는 혜택은 크지 않다.

결국 태양광은 이미 가격 경쟁력을 갖췄지만, 전기 저장 기술 개선과 다른 산업의 전력화 가속이 에너지 전환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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