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 ‘알약 전쟁’ 막이 올랐다

2025-10-31 13:00:10 게재

노보 vs 릴리 다른 전략 1000억달러 시장 격돌

주사제형 비만 치료제 위고비와 젭바운드의 혁신적인 성공에도, 글로벌 제약사들은 복용이 편한 ‘비만 치료의 성배’ 경구제(알약) 개발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19세기 후반 갑상선 호르몬 추출물을 시작으로, 1930년대 신진대사를 과도하게 높여 체온 상승과 심장 이상을 일으킨 DNP(2,4-Dinitrophenol), 1990년대 심각한 부작용으로 퇴출된 복합 다이어트 약물 펜-펜(Fen-Phen)까지, 위험천만한 약물 역사를 뒤로하고 과학자들은 마침내 2021년과 2023년 미국에서 승인받은 주사제 위고비와 젭바운드로 돌파구를 열었다. 최근 GLP-1 계열 주사제가 체중 15~20% 감량 효과를 입증하며 안전성을 확보한 상황이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편리하다는 이유로 알약 개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약물(펩타이드)이 위산에 분해돼 ‘위장 장벽’을 통과하지 못하는 게 걸림돌이었다.

그런데 최근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이 난제를 풀어내면서 알약 시대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가 29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컨설팅 전문가들은 경구제가 주사제보다 비만 치료를 “일상화하고 대중화”할 것이라 내다보며, 2030년 1000억달러 규모 시장의 최대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양사는 서로 다른 전략으로 경구제를 개발 중이다. 노보는 주사제 위고비와 같은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에 SNAC라는 ‘보호막’ 기술을 입혔다. 주사제와 비슷한 효능을 입증했지만, 약효를 위해 복용 전후 30분간 금식해야 한다.

또 자사 위고비 주사제보다 3~10배 많은 원료(API)가 필요한 생산성 문제가 숙제로 남았다. 노보는 신규 알약 아미크레틴을 통해 24.3% 감량 효과를 가진 주사제와 맞먹는 성과를 노리고 있다.

릴리는 펩타이드 기반 알약의 낮은 체내 흡수율(2% 미만)을 지적하며, 소분자 화합물 오포글리프론을 택했다. 복잡한 생물학적 공정이 필요한 펩타이드와 달리 화학적 합성이 가능해 대량 생산이 쉽다. 이미 수십억 개 알약 재고를 쌓아두며 생산 능력에서 우위를 점하려 하지만, 임상 효능(평균 12.4%의 체중 감량)이 노보의 알약보다 낮게 나와 투자자들을 실망시키기도 했다.

알약 출시는 시장 규모 자체를 키울 전망이다. 컨설팅 조사 결과, 주사 공포증 등으로 약물 복용을 꺼렸던 사람들이 알약 출시로 비만 치료 시장에 최대 30%까지 새로 유입될 수 있다고 나왔다. 릴리 CFO는 주사제를 원치 않는 1억5000만명의 잠재 환자에게 알약이 중요한 선택지가 될 것이라 말했다.

또 알약은 주사제에 없는 유연성을 준다. 아스트라제네카 등 경쟁사들은 알약이 심장 및 신장 질환 등 동반 질환 치료제와 함께 쓸 수 있어 치료 범위를 넓힐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가격이 시장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수다. 지금은 양사가 주사제 시장 잠식을 피하려고 고가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지만, 경쟁이 치열해지고 신규 진입자가 늘면 가격이 떨어질 것이며, 이는 더 낮은 체중의 환자까지 치료 대상이 확대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한편 노보는 비만약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려고 메트세라에 최대 90억달러를 제시하며 인수를 추진 중이다. 화이자는 이에 독점 금지법 위반이라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비만치료제 시장의 패권을 놓고 제약사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모습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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