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 피해 소송…사모대출 시장에 또 ‘사기대출’
자산담보대출 허점 악용
‘불투명한 사모신용’ 경고음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사모대출 부문 자회사 HPS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HPS)가 수천억 원 규모의 사기대출 피해를 입고 소송전에 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인도계 사업가 밴킴 브람바트는 자신이 소유한 통신서비스 회사 브로드밴드텔레콤과 브리지보이스를 통해 허위 매출채권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HPS와 다른 대주단은 지난 8월 브람바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그가 상환해야 할 금액은 5억달러(약6900억원)에 달한다.
HPS는 2020년 9월 브람바트 계열사에 대출을 시작해 2021년 초 3억8500만달러에서 2024년 8월 4억3000만달러(약6100억원)로 늘렸다. 프랑스 BNP파리바는 이 대출 구조에 절반가량 참여했고, HPS는 이를 두 개 신용펀드에 편입했다.
이 거래는 특정 사업의 매출채권을 담보로 하는 ‘자산담보대출(asset-based finance)’ 형태로, 사모대출 시장 확대로 함께 커진 영역이다. 문제는 지난해 HPS 내부 검증에서 드러났다. 차주가 제출한 고객 이메일 도메인이 실제 통신사와 달랐고, 조사 결과 브람바트가 제출한 모든 거래 이메일과 일부 계약이 허위로 밝혀졌다. 벨기에 통신사 BICS는 “이는 명백한 사기 시도”라며 자신들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소송에 따르면 브람바트는 “종이 위에서만 존재하는 정교한 대차대조표를 만들었다”고 한다. 담보 자산 일부는 인도와 모리셔스 등 해외 계좌로 빼돌려졌다. 브람바트와 그의 통신회사들은 8월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그는 8월12일 개인 파산을 냈다.
BNP파리바는 분기 보고서에서 “특정 신용 상황(specific credit situation)”을 이유로 1억9000만유로(약2200억원)를 대손충당금으로 반영했다고 밝혔다. 다만 회사 대변인은 이번 조치가 브람바트의 통신회사 대출과 관련 있는지는 언급을 거부했다고 WSJ는 전했다.
블랙록은 올해 초 HPS를 인수해 사모자산 투자를 강화해왔다. HPS의 운용자산은 1790억달러(약256조원)로, 이번 사건이 수익률에 중대한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퍼스트브랜즈와 트라이컬러 등 사모대출 기업들의 잇단 파산에 이어 또 다른 부실이 드러나며 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는 “바퀴벌레가 한 마리 나타났다면 (실제로는) 아마 더 많을 것”이라며 신용시장 위험을 경고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