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부진 탈출 가능성 커진다…경제팀 ‘소비진작’ 총력전
코로나19 사태 이후 부진하던 소비지표, 4년여 만에 반등
서비스업도 10분기 만에 최대↑ … 숙박음식도 증가전환
관세협상 타결·한한령 해제 조짐 … 대외불확실성 낮췄다
올해 3분기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1년 전보다 증가, 경기회복 신호탄을 쐈다. 특히 소비를 가늠하는 지표인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기준 3년6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올해 한국경제가 0%대 성장에 머물 것이란 1년 전 전망과는 기류가 확연히 달라졌다. 3분기 ‘깜짝 성장’으로 이미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 초반대를 향하고 있다.
이재명정부 경제팀 분위기는 고무적이다.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대외불확실성이 걷히기 시작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수출을 떠받쳐왔던 반도체산업 업황도 상승흐름이다. APEC(아시아태평양정상회의)기간 중 열린 한중정상회담에서 ‘한한령(한류금지령)’ 해제 계기를 마련한 것도 성과다. 내수와 수출 회복 흐름에 결정적 지원군이 나타난 셈이다. 내란사태와 환율급등으로 암울했던 작년 연말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정부는 연말까지 내수 회복세를 굳히겠다는 각오다.
◆주말에도 ‘내수진작’ 행보 = 경제팀 수장들이 휴일을 반납하고 ‘내수진작 행보’를 이어간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일요일인 전날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내수진작 현장행보에 나섰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에서 진행된 코리아 그랜드 페스티벌 ‘모두의 동행’ 행사장을 방문한 것.
코리아 그랜드 페스티벌은 소비 회복 흐름을 경제 전반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범정부 역량을 집결해 마련한 소비축제다. 오는 11월 9일까지 전국 온·오프라인 행사장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구 부총리와 한 장관은 커피, 수공예품, 향수, 의류 등 제품 판매부스를 둘러보면서 소상공인들을 격려하고 현장 애로사항을 챙겼다. 행사장을 찾은 방문객들에겐 지역사랑상품권 5%p 추가 할인, 디지털온누리상품권 5~15%p 특별 환급, 상생소비복권 경품 이벤트(총 20억원), 상생페이백 등 소비진작 인센티브도 홍보·소개했다.
상생페이백은 2024년 월평균 카드소비액보다 2025년 9~11월까지 늘어난 월별 카드소비액의 20%를 디지털 온누리 상품권으로 환급하는 행사다.
구 부총리는 “민간소비가 심리개선, 소비쿠폰, 증시 활성화 등에 힘입어 3년 만에 최대폭 증가하며 3분기 성장(+1.2%)을 견인하는 등 새정부 출범 이후 성장세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면서 “향후 성장 모멘텀이 지속될 수 있도록 내수 활성화를 위한 정책노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경기회복 흐름’ 판단한 근거는 = 정부가 내수를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판단하는 핵심근거는 통계수치다. 실제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올해 3분기(7~9월) 소매판매는 전년 같은 달보다 1.5% 늘었다.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기준 14개 분기 만에 증가로 전환했다. 구체적으로는 최근 승용차와 통신기기 등 내구재와 의복 등 준내구재 판매가 확대된 영향 덕분이다.
국가데이터처도 최근 3년간 부진했던 소비가 개선의 분기점을 맞았다고 분석했다.
소매판매는 2022년 -0.3%, 2023년 -1.3%, 지난해 -2.0%로 3년 연속 전년 대비 내리막길을 걸었다. 분기의 흐름을 보면 전년 대비로 2022년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연속 감소해왔다. 올해 2분기 보합을 기록 후 이번 3분기에 1.5% 증가한 것이다. 증가폭도 2021년 3분기(2.0%) 이후 16개 분기 만에 최대 증가다.
기재부도 “3년 간 계속 줄어들기만 하던 소매판매액지수가 7월(2.5%)과 9월(2.2%)에 전년 대비 기준으로 올라왔기 때문에 소비의 회복되는 모습 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재부는 다만 “전월 대비 통계는 변동성이 커서 길게 두고 봐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21일부터 지급이 시작된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본격적으로 집행되면서 소비 심리를 자극한 것도 주요 요인이다.
◆소비쿠폰 ‘응급처방’ 통했다 = 소매판매와 연관성이 짙은 서비스업도 3분기에 전년보다 3.1% 증가하며 2023년 1분기(6.3%) 이후 10분기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핵심 내수지표인 3분기 숙박·음식점업도 전년 대비 1.5% 상승해 10분기 만에 마이너스에서 성장세를 회복했다. 2023년 1분기 전년 대비 16.2% 상승한 후 2년 반만에 첫 증가 전환이다.
3분기 도소매업 역시 1년 전보다 6.8% 증가했다. 도소매업은 2023년 1분기(2.1%) 이후 8분기 연속 감소하다 올해 2분기(0.6%)부터 증가 전환했다. 소비자심리지수도 3년 5개월 만에 6개월 연속 장기평균(100)을 상회하면서 꾸준한 호조다. 향후 내수경기의 긍정 요인이다.
다만 단기 동향을 볼 수 있는 전월 대비로는 소비가 등락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9월 기준으로는 전월 대비 소매판매가 0.1% 감소해 두 달 연속 하락했다. 이는 전월 자동차·의복 판매가 급증했던 기저효과가 작용한 데다 일부 품목의 소비가 일시적으로 조정된 결과다.
그럼에도 도소매업 생산이 전월보다 5.8% 증가하는 등 서비스 부문이 호조를 보이고 있어 전반적 소비 흐름은 개선세를 유지하고 있다. 9월 서비스업 생산도 전월 대비 1.8% 증가하면서 31개월 만에 최대폭을 기록해 전 산업생산 증가를 견인했다.
정부는 출범 후 지난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민생소비회복 쿠폰 발행, 지역사랑상품권 추가 발행, 소비자 물가 안정대책 등을 잇달아 시행해왔다.
◆경제 발목 잡던 대외변수도 걷힐까 = 최근에는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되면서 경기의 대외불확실성도 다소 해소됐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내수부진의 한 요인이었던 중국의 한한령 해제 계기를 마련한 점도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일 열린 한중정상회담에서 한한령(한류 금지령) 완화 등 포괄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회담은 시 주석의 11년 만의 방한과 함께 양국 관계 복원을 위한 실질적 대화의 장이 됐다는 평가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브리핑에서 “양국 정상이 한한령 문제를 비롯해 문화·인적 교류 활성화를 폭넓게 논의했다”며 “각국의 법적 규정상 완벽하진 않지만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한류 콘텐츠의 중국 내 방영·공연 재개 등 실질적 완화 조치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커졌다는 것이다.
내수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는 2차 민생소비회복 쿠폰 지급과 대규모 합동 할인축제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소비 쿠폰 정책이 체감되는 효과를 보이기 시작한 만큼, 4분기에도 경기 회복 모멘텀이 확산될 수 있도록 정책 노력을 전방위적으로 강화해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