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훈 교수 “5~6년 후 정전 예방해야”
실리 추구하며 전력공급안정 꾀하는 선진국 사례 주목
‘에너지·경제분야 세계 상위 2% 연구자’ 3년연속 선정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국내 대표 학자로 꼽히는 유승훈(사진) 서울과기대 교수가 현실과 실리를 추구하는 전력수급계획 필요성을 강조해 주목된다. 유 교수는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와 엘스비어출판사 선정한 ‘2025년도 에너지·경제분야’ 세계 최상위 연구자에 3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주최측은 전 세계 6600만명 연구자들의 출판물을 분석한 후 상위 2% 연구자 23만333명을 선정해 그들의 성명 소속기관 점수 순위를 공개했다.
3년 연속 세계 상위 2% 연구자로 선정된 것은 에너지&경제 분야에서 국내 유일하다. 공학과 자연과학까지 포함한 에너지 전 분야로 범위를 넓히면 세계 백분율 순위 0.2%로 국내 2위다.
유 교수는 3일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 산업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미국뿐 아니라 제조업 강국인 독일·일본도 안정적 전력공급 방안으로 천연가스 발전의 대폭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천연가스 발전의 대폭 축소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온실가스 감축목표 이행을 위해 화석연료인 천연가스의 역할 축소는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실리를 추구하며 전력공급 안정을 꾀하는 선진국들의 흐름을 무시하고 마이웨이로 간다면 그 결과는 당장이 아닌 5~6년 후 정전의 빈발로 귀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 교수는 “그때는 피해가 클 뿐만 아니라 돌이키기 어렵다”면서 “성장을 이끄는 국가 주력산업들이 전력다소비형임을 인정하고 현실성 및 실리를 추구하는 계획 수립·정책 집행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에너지전환은 비용이 수반되며 그 비용은 국민들이 기꺼이 부담해야 함을 알리면서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비용 증가없이 에너지전환이 가능하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면 이후 불필요한 갈등과 사회적 비용이 유발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유 교수는 “미국 서부시대 골드러시 당시 돈을 벌었던 사람들은 광부가 아니라 광부에게 청바지와 곡괭이를 만들어 팔았던 사람들”이라며 “반도체 및 중전기 산업의 성장은 전력수요 창출을 가져오면서 우리에게 적지 않은 결실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따라서 이들 부문에 저탄소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른바 강건한 청정전력(firm clean power)을 확보해 공급할 구체적인 전략이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수소발전, 소형모듈원자로(SMR)도 함께 활용하면서 전력망을 효과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3년 연속 세계 최상위 연구자에 선정된 유 교수는 총 256편의 SCI급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출판했으며, 한국연구재단 등재학술지에도 280편의 논문을 출판하는 등 왕성한 연구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유 교수는 올해에만 국제학술지에 △공공건물의 재생에너지 사용비율 확대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수소화물차 보급 확대에 대한 국민 수용성 분석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 건설에 대한 대중의 지불의사액 분석 등 6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한국에너지학회 및 한국혁신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유 교수는 서울과기대에서 에너지환경대학원장, 창의융합대학장을 역임하는 등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또 전기위원회 위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및 한국에너지공과대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제9차·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분과 위원장, 녹색성장위원회 및 에너지위원회 위원을 지내내는 등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대표적인 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유 교수는 “해마다 수가 늘어나고 있는 석·박사 과정 대학원생들의 논문 지도를 잘 마무리해 늦지 않게 제때 졸업시키는 것이 제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미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4년 전에 만든 학부 미래에너지융합학과의 첫 졸업생이 내년 2월에 나오는 만큼 학과를 더 발전시켜야 할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다른 열 분의 교수님들과 함께 명실공히 국내 에너지분야 최고 학부로 키우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