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역풍에 직격탄 맞은 트럼프

2025-11-03 13:00:27 게재

물가 상승·소비 부담 가중 … 영양 지원 프로그램 중단까지 겹치며 지지율 하락

10월 30일 켄터키주 루이빌 소재 칼버리 성공회 교회에서 식품 저장실 서비스 이용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지역 주민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심 경제정책으로 밀어붙여 온 관세정책이 민심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관세에 대한 지지율은 33%에 불과했고, 반대 응답은 65%에 달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전반 지지율 41%보다도 8%p 낮은 수치다. 조사 대상은 미국 성인 2725명이며 관세 항목은 이 중 절반에게 질문돼 오차범위는 ±2.8%p다. 조사는 워싱턴포스트(WP)와 ABC뉴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가 10월 24일부터 28일까지 공동으로 실시했으며 결과는 11월 2일(현지시간) 보도됐다.

관세에 대한 낮은 지지도는 다른 정책들과 비교해도 눈에 띈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은 37%, 이민 정책은 43%, 범죄 대응은 44%,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대응은 39%, 이스라엘-가자지구 사태 대응은 46%의 지지를 받았다. 전반적으로 관세정책은 트럼프의 국정 기조 중에서도 가장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통해 미국 내 제조업 부활, 해외 자본 유치, 세수 증가라는 긍정적 효과를 거뒀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물가 상승과 소비 위축이라는 현실적 부작용은 민생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특히 연말을 앞두고 소비자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정책 비판 여론에 불을 지폈다.

미국의 온라인 금융업체 렌딩트리(LendingTree)는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율을 2024년 연말 소비 데이터에 적용해 분석했다. 그 결과 관세로 인해 소비자와 유통업체가 부담한 추가 비용은 총 406억달러(약 59조원)에 달했다. 이 중 약 286억달러(약 41조원), 즉 70%가 소비자에게 전가됐다. 1인당 기준으로는 약 132달러(약 19만원)를 더 지출했을 것이며, 전자제품에서는 평균 186달러, 의류·액세서리는 82달러의 가격 상승이 있었을 것으로 추산됐다.

렌딩트리의 매트 슐츠 최고소비자금융 애널리스트는 CNBC 인터뷰에서 “132달러는 대부분의 미국 가정에 실질적인 부담이다. 일부 가계는 연말 선물 지출을 줄이거나 신용카드 부채를 늘려야 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관세는 단순히 소비자 가격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 10월 29일 금리 인하 결정 후 기자회견에서 “높아진 관세가 일부 품목의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으며, 이는 전체 물가지수를 상승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정책에 대한 불만은 연방정부 셧다운과 맞물리며 더욱 증폭되고 있다. 미국 농무부는 11월 1일부터 저소득층을 위한 ‘보충 영양 지원 프로그램’(SNAP)의 지원금을 중단했다. 이는 제도 도입 61년 만의 첫 중단 사례다. SNAP은 미국 인구의 8분의 1에 해당하는 약 4200만명이 이용하고 있으며 전자카드(EBT)를 통해 월평균 250~300달러의 식품 구입비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번 중단은 의회의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발생한 셧다운 여파다. SNAP 중단이 현실화하자 무책임한 재정 운용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부 기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불운한 사람들에게 불균형하고 심각한 위험을 초래했다”고 비판했고, 폴리티코(Politico)도 “행정부가 약 50억달러 규모의 농무부 비상 자금이나 관세 수입을 활용할 수 있었지만 실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미국인이 굶주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책임을 민주당으로 돌리면서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민주당 상원 대표의 사무실 번호까지 공개하며 “민주당이 정부를 열도록 압박하라”고 주장했다.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피로감은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 ‘대통령 권한 확대가 과도하다’는 응답이 64%에 달했고, ‘대체로 적절하다’는 의견은 30%에 그쳤다. 여기에 11월 5일을 넘기면 트럼프 1기 당시 기록한 미국 역사상 최장 셧다운 기간(35일)마저 넘어서게 된다.

이처럼 관세정책의 역풍은 단순한 정책 실패가 아닌 리더십 위기로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정재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