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랠리, AI 투자와 금리 갈림길

2025-11-03 13:00:29 게재

AI 투자와 대형주의 명암

연준 금리인하 기대 약화

2025년 10월 30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던 미국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이번 주 대규모 기업 실적 발표를 앞두고 중요한 기로에 섰다. 로이터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시장이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열풍의 지속 가능성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라는 두 가지 핵심 불확실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S&P 500 지수는 거대 기술 기업들의 엇갈린 실적에도 불구하고 10월 한 달간 2.3% 올라 6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지난 수요일 예상대로 0.25%포인트 금리 인하가 단행된 뒤, 시장이 기정사실로 여겼던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은 오히려 약해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0월 통화정책회의 후 12월 금리 인하가 “기정사실은 아니다”라고 말하며 투자자들에게 신중론을 던졌다.

기업 실적은 대체로 기대를 웃돌고 있다. LSEG(런던증권거래소그룹)에 따르면 3분기 S&P 500 이익은 전년 대비 13.8%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며, 이번 주에는 130개가 넘는 기업이 실적을 내놓는다.

하지만 이 상승세로 S&P 500의 선행 주가수익비율(Forward PER)이 23배를 넘어서면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는 25년 만에 가장 높은 주가수준이다. 에드워드 존스의 안젤로 쿠르카파스 투자전략가는 “투자자들이 닷컴 버블 당시 수준의 PER를 꺼릴 수 있다. 주가가 고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면 앞으로 수익률은 기업 이익이 끌어올려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11월 첫째 주는 통상적으로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시기다. 미국 주식 투자 연간 지침서에 따르면 1950년 이후 S&P 500 지수에 11월은 평균적으로 실적이 가장 좋은 달이며, 12월도 세 번째로 좋은 달이다.

다만 S&P 500이 연초 대비 이미 16%(나스닥은 23%) 오르는 등 강력한 실적을 보인 만큼, 연말 상승분이 미리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문도 나온다. 그래도 트루이스트 자문 서비스에 따르면 S&P 500이 연초부터 10개월간 최소 15% 올랐던 과거 21번의 사례 중 20번이 연말 두 달 동안에도 추가 상승을 기록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지난 수요일까지 실적을 발표한 S&P 500 기업 중 83%가 예상치를 넘어서며 역사적으로도 높은 실적 달성률을 보였다.

그러나 AI 투자 비용 증가로 대형 기술주 간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 목요일 메타 플랫폼(META)과 마이크로소프트(MSFT) 주가는 AI 확대를 위한 지출 증가 발표 후 내렸다. 반면 알파벳(GOOGL)은 현금 흐름을 통한 AI 투자 능력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주가가 올랐고, 아마존(AMZN) 역시 클라우드 부문 성장에 힘입어 AI 경쟁 우려를 완화하며 주가가 급등했다.

노스 스타 인베스트먼트의 에릭 쿠비 책임자는 “투자자들은 AI 관련 주식의 성장 전망뿐 아니라 지출 규모와 그에 따른 수익률을 알고 싶어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주에는 AMD, 퀄컴, 팔란티어 등 주요 기술 기업의 실적이 발표될 예정이다.

미국 정부 업무정지로 공식 경제 보고서 발표가 중단되면서 투자자들은 기업들의 인력 감축 발표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아마존은 이번 주 전 세계 법인 직원 약 1만 4000명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11월 7일 예정된 월별 일자리 데이터 발표가 연기되면서 투자자들은 ADP 고용 보고서와 미시간대 소비자 심리 지수 등 대체 데이터로 경제 상황을 가늠해야 한다. 쿠르카파스 전략가는 “데이터 공백 상태에서 연준이 금리 경로를 조정하려는 상황이라 이런 대체 자료들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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