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내년 원유증산 중단 결정
공급 과잉 우려 커지자
내년 1분기 생산 동결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회원국 연합체인 OPEC+가 내년 초로 예정돼 있던 원유 증산 계획을 멈추기로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현지시간) “OPEC+가 공급 과잉 우려에 대응해 내년 1분기 증산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주도하는 OPEC+ 8개 회원국은 12월 하루 13만7000배럴의 소폭 증산을 마친 뒤, 내년 1월부터 3월까지는 추가 생산 확대를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OPEC+는 이번 조치의 이유로 “계절적 요인(seasonality)”을 들었다. 연말 성수기 이후인 1분기에는 정유시설 정비로 석유 수요가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올해 들어 OPEC+는 월별로 소폭 증산을 이어오며 누적 291만배럴을 추가 생산해왔으나, 최근에는 속도를 늦추고 있다. 쉘의 와엘 사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내년 시장이 공급 과잉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이 지난달 말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와 루코일에 제재를 가했음에도 OPEC+는 러시아산 원유가 단기간에 시장에서 빠질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제재 발표 직전 배럴당 60달러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는 이후 65달러 수준으로 반등했다.
시장조사업체 에너지애스펙츠는 이번 제재로 하루 140만~260만배럴 규모의 러시아산 원유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추정했지만, 실제 수출 차질이 본격화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리스타드에너지의 지정학 분석 책임자 호르헤 레온은 FT에 “OPEC+의 결정은 신중하게 계산된 조치”라며 “러시아 제재로 공급 전망에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지금 과잉 생산에 나서는 것은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