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돈 못 갚으면 나체사진 퍼뜨린다”

2025-11-03 13:00:31 게재

불법사채업자 4000명 체포 … 불법사금융 범죄 오히려 급증

고리에 나체사진 유포 협박도 … 경찰 1년간 특별단속 나서

경찰이 집중단속을 통해 불법사금융 업자를 대거 검거했지만 돈을 갚지 못한 피해자를 차량이나 오피스텔에 가둬두고 폭행하거나 담보로 잡아 놓은 나체사진을 성매매 광고물로 합성해 유포하는 등 피해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현행 법정 최고금리는 연이율 20%이지만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가 소액을 빌렸다 많게는 2만3000%의 고리를 뜯기는 등 경찰의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오히려 불법사금융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3일부터 내년 10월 31일까지 전국 시·도청과 경찰서 지능팀을 중심으로 불법사금융 특별단속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청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불법사금융 특별단속을 통해 총 3251건, 4004명을 검거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검거 건수는 71%, 인원은 20% 증가했다.

하지만 불법사금융 범인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등 범행수법이 비대면·온라인으로 변화하면서, 피해가 여전히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총 4663건의 불법사금융 피해가 발생해 지난해 같은 기간(2769건) 대비 68%나 증가했다.

실제로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지난 5월 불법 대부업 조직 구성원 34명을 범죄단체조직죄·성폭력처벌법·대부업법·채권추심법 위반 등 혐의로 붙잡고 이 중 6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출을 미끼로 피해자에게 나체사진과 가족 등 지인 연락처를 확보했다가 돈을 제 날짜에 갚지 못하면 이를 성매매 광고물로 합성해 유포하거나 지인에게 욕설·협박 문자를 보냈다. 이런 수법으로 피해자 179명으로부터 이자 명목으로 8억1000만여원을 가로챘다.

조사 결과 일당은 서울 중랑구와 도봉구 일대에서 대포통장 모집책, 추심책 등으로 구성된 불법 대부업 사무실도 운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무실 안엔 피해자에게 욕설과 협박을 퍼붓기 위한 방음 부스도 설치돼 있었다. 이들은 단속을 피하려고 대출을 문자나 카카오톡 등 비대면으로만 진행했고, 3개월마다 사무실을 옮겨가며 수사망을 피해왔다.

인천경찰청 형사기동대도 같은 달 사기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저축은행 전 직원인 A씨와 사금융 콜센터 운영 총책인 B씨 등 3명을 구속했다. 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저축은행 현직 직원 C씨와 사금융 콜센터 직원 8명 등 9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C씨는 직장동료였던 A씨에게 고객 22만명의 개인정보를 불법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거래 금액은 대출 가능 여부를 조회한 사람들의 개인정보 1건당 300원이었다

A씨는 C씨로부터 사들인 개인정보를 사금융 콜센터 총책인 B씨에게 1건당 700원을 받고 다시 판매했다. B씨는 이를 이용해 콜센터를 통해 58명에게 접근한 뒤 대출 중개 수수료 명목으로 1억원 상당의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들은 이미 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 이용 요건을 갖추고 있었으나 B씨가 별도의 대출 중개를 한 것으로 속아 수수료를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돈을 갚지 못한 피해자를 차량이나 오피스텔에 가둬두고 폭행한 사례도 있었다. 이들 일당 4명은 연이율 2100%를 적용해 피해자들로부터 10억2100만원을 받아 챙기다가 7월 경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구속됐다.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불법사금융 범죄가 증가하자 경찰은 3일부터 내년 10월 31일까지 불법사금융 특별단속을 통해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이번 단속에선 시·도청 직접수사부서 및 경찰서 지능팀을 중심으로 한 전담수사체계를 구축한다. 또 올해 7월부터 시행된 개정 대부업법을 반영해 정부나 금융기관을 사칭하는 광고, 대부 과정에서 취득한 개인정보의 부당 이용 등 신규 금지·처벌대상 행위에 대해 중점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경찰은 불법사금융 범행에 이용된 전화번호는 향후 이용할 수 없도록 적극 조치할 예정이다.

경찰은 불법사금융으로 취득한 범죄수익금을 철저히 추적해 기소 전 몰수보전을 신청해 범행의 동기를 차단할 예정이다. 또 악질적 불법사금융 조직 검거 등 우수 검거성과에 대해서는 특진 등 성과보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함으로써 불법사금융 특별단속에 강력한 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은 “불법사금융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범죄인 만큼 불법사금융이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상시 단속 체계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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