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첫 민심 시험대 올랐다

2025-11-04 13:00:01 게재

버지니아·뉴저지·뉴욕 선거에 이목…민주당, ‘진보’와 ‘실용’ 사이에서 균열

선거일 전날인 11월 3일 미국 뉴욕시 퀸즈 지역에서 선거 유세를 벌이고 있는 뉴욕시 시장 민주당 후보 조란 맘다니.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민심을 가늠할 선거가 4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일제히 치러진다.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지사 선거, 뉴욕시장 선거, 캘리포니아 주민투표 등이 포함된 이번 선거는 트럼프 국정 운영의 중간평가이자 민주당 내부 노선 갈등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수도 워싱턴 D.C. 인근의 버지니아주는 상징성이 남다르다. 지난 5회 대선에서 모두 민주당에 표를 준 ‘블루스테이트’(민주당 지지 성향 주)였지만 현직 주지사인 글렌 영킨은 공화당 소속이다. 이 지역은 중도 성향 유권자가 많아 민심의 풍향계로 불린다. 이번 선거에서는 주지사와 부지사, 주 법무장관을 새로 선출한다.

더힐(The Hill)이 발표한 에머슨대학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주지사 선거에서는 민주당 애비게일 스팬버거 전 연방 하원의원이 공화당 윈섬 얼-시어스 부지사보다 11% 앞섰다. 하지만 주 법무장관 선거는 박빙이다. 공화당 현역 제이슨 미야레스가 여론조사에서 앞서긴 했지만 최근 조사에서는 민주당 제이 존스와의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

뉴저지 역시 주지사 선거에서 관심을 모은다.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우세한 지역이지만 최근 트럼프 지지세가 다시 강해지면서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 후보 미키 셰릴은 전직 해군 헬기 조종사이자 현직 연방 하원의원으로 높은 생활비와 공공요금 문제 해결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공화당의 잭 치터렐리 전 주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지지를 받으며 막판 추격에 나섰다.

세 차례 여론조사 결과 모두 오차범위 내 접전으로 나타나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 폴리티코(Politico)는 셰릴이 고전하는 이유로 “트럼프 이후 악화된 경제 체감도와 생활비 상승”을 꼽았다.

뉴욕시장 선거에서는 진보 성향의 조란 맘다니 후보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34세 인도계 무슬림이자 민주사회주의자인 그는 “2030년까지 최저임금 30달러, 무상 공공보육, 시영 식료품점 설립” 등 급진적 공약을 앞세워 진보 진영의 지지를 끌어모았다. 특히 팬데믹 기간 동안 소셜미디어를 통해 인지도를 쌓은 그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의 공개 지지 속에 ‘진보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재정적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종교적 정체성에 대한 논란이 변수다. 그는 “나는 뉴욕의 그늘 속에서 살아왔지만 이제는 그늘을 벗어나겠다”고 강조했지만 일부 유대계 유권자는 그가 하마스의 폭력을 명확히 규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연방 하원 선거구를 재조정하는 주민투표가 실시된다. ‘제50호 제안’으로 불리는 이 안은 텍사스에서 공화당이 주도한 선거구 조정에 대응하는 조치다. CBS와 유고브(YouGov) 공동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2%가 찬성 입장을 보여 통과 가능성이 높다.

이번 선거는 민주당 내의 노선 투쟁을 가시화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진보 진영은 맘다니의 선전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있지만 중도 성향의 셰릴과 스팬버거는 실용적인 경제 정책으로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맘다니의 승리는 민주당 전체에 사회주의 이미지를 덧씌울 수 있다”고 경고한 반면 진보 진영은 “밋밋한 중도 후보보다 신선하고 경제적 포퓰리즘을 내세우는 후보가 이긴다”고 맞서고 있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층의 약 67%는 현재 당의 방향성에 실망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그 실망감을 해결할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갈등의 골만 깊어질지 미국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재철·양현승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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