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턴 디지털·샌디스크, AI 타고 훨훨

2025-11-04 00:00:00 게재

AI 슈퍼사이클의 수혜

HBF로 미래 시장 선점

인공지능(AI) 시대의 폭발적인 데이터 수요를 타고 한때 메모리 침체기에 미운 오리로 불리던 저장장치 미국 두 기업이 백조로 날아오르고 있다. 주인공은 웨스턴 디지털과 그 분사 회사인 샌디스크다. 지난 2025년 2월 웨스턴 디지털은 낸드 플래시 사업부를 떼어내 샌디스크로 독립 상장시켰다. 이 전략적 결정은 AI 시대의 수요 양극화에 완벽하게 대응하며 두 회사 모두 주가 급등이라는 시너지를 냈다. 웨스턴 디지털은 AI 데이터센터에 필수적인 고용량 HDD를, 샌디스크는 고성능 낸드 SSD를 각각 맡아 시장을 쌍끌이하고 있다.

실적이 이를 증명한다. 웨스턴 디지털은 2026 회계연도 1분기(7월~9월)에서 주당순이익 0.75달러를 기록하며 월가 예상치 0.45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매출은 28억달러로 전년 대비 27% 증가했고, 이 가운데 클라우드 매출이 89%를 차지했다. AI 데이터센터용 고용량 HDD 수요가 폭발한 덕분이다. 샌디스크는 4월~6월 분기 자료다. 매출 19억달러를 기록하며 전 분기 대비 12% 늘었고, 주당순이익 0.29달러로 2분기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25% 급증했다. 7월~9월 분기 자료는 11월 6일 발표예정이다. 두 기업의 성장 기회는 AI 데이터 저장의 핵심 요구사항인 가성비와 속도를 정확히 나눠 잡았기 때문이다. AI 학습과 운영에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저렴하게 저장해야 한다. 이 방대한 콜드(자주 사용되지 않는) 데이터 보관은 웨스턴 디지털의 고용량 HDD가 담당한다. AI 학습 데이터와 결과물을 저장하는 낸드 메모리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샌디스크의 낸드 SSD가 이 시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샌디스크는 차세대 고성능 메모리 기술 HBF로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HBF는 낸드 플래시 칩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데이터 전송 통로(TSV)로 연결함으로써 초고속 입출력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기존 D램 시장의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과 유사한 구조지만,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지워지지 않는 비휘발성 특성을 지녔다는 점이 다르다.

샌디스크는 최근 SK하이닉스와 손잡고 HBF 기술 표준화에 착수했으며, 2026년 샘플 공개, 2027년 AI 추론 서버용 제품 출시 로드맵을 제시했다. 목표는 명확하다. 고성능 AI 서버용 SSD 시장 선점이다. 샌디스크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HBF는 HBM 대비 연산 성능 저하를 2퍼센트 이내로 억제하면서도 용량은 최대 8배 이상 확장할 수 있다. 전력 효율도 기존 메모리 대비 36퍼센트까지 개선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HBF를 데이터센터 냉각 비용과 운영비를 동시에 절감할 수 있는 친환경 메모리로 주목하고 있다.

물론 리스크도 있다. 샌디스크는 분사 후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며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졌다. 웨스턴 디지털은 장기적으로 낸드 플래시 기술 발전이 HDD의 유일한 장점인 저렴한 대용량 저장까지 대체할 수 있다는 위협을 안고 있다. 두 기업 모두 IT 하드웨어 산업의 경기 사이클에 민감하다는 점도 변수다.

그럼에도 월가는 낙관적이다. 웨스턴 디지털은 AI 수주 잔고와 고용량 HDD의 독점적 지위에 힘입어 강력 매수 의견를 유지하고 있다. 샌디스크 역시 미즈호 등 일부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215달러까지 높이며 장기 강력 매수 의견을 고수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AI 슈퍼 사이클 덕분에 글로벌 반도체 시장 매출이 기존 예상보다 약 2년 앞당겨 2026년에 1조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두 기업은 분사 이후 4월부터 인베스팅닷컴에 제공되는 주가는 강력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샌디스크는 540%, 웨스턴 디지털 주가는 360% 수직상승 중이다. 투자자들은 샌디스크의 11월 6일 분기 실적 발표와 두 기업의 AI 데이터센터 수주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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