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벌리클라크, 타이레놀사 켄뷰 69조원에 인수
소비재 부문 대규모 결합
하기스, 크리넥스와 한지붕
킴벌리클라크가 고전하던 켄뷰를 487억달러(약 69조원, 부채 포함)에 인수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3일 보도에 따르면, 킴벌리클라크는 자사 주식과 현금을 병행한 조건으로 켄뷰 지분 전량을 매입하기로 합의했다. 주당 21.01달러를 기준으로 산정된 이번 거래는 최근 몇 년간 소비재 산업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인수로 꼽힌다.
켄뷰는 존슨앤드존슨에서 2023년 분사한 소비자건강 부문으로, 타이레놀과 리스테린, 뉴트로지나, 존슨즈베이비 등 세계적인 생활·의약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상장 후 주가가 올해에만 30% 가까이 하락하며 독립 기업으로서의 경영이 흔들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임신부는 타이레놀 복용을 피해야 한다”고 주장한 뒤 소비자 불신이 커진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후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장관이 “타이레놀과 자폐증 사이의 인과관계를 단정할 충분한 근거는 없다”고 밝혔지만, 켄뷰는 텍사스주 검찰로부터 ‘제품 안전성 허위광고’ 소송에 휘말린 상태다. 경영진 교체와 자산 매각 검토 등 구조조정에 착수했지만 행동주의 펀드들의 압박이 이어졌다.
이번 인수로 킴벌리클라크는 하기스, 안드렉스, 크리넥스 등 기존 제품군에 타이레놀과 리스테린을 더하게 됐다. 마이크 수 킴벌리클라크 최고경영자는 “두 상징적인 회사를 결합해 글로벌 건강·웰빙 리더를 만들게 되어 기쁘다”고 밝혔다.
거래 조건에 따르면 켄뷰 주주는 주당 3.50달러의 현금과 켄뷰 1주당 약 0.14주의 킴벌리클라크 주식을 받게 된다.
인수 후에는 킴벌리클라크 주주가 합병 회사의 약 54%를, 켄뷰 주주가 나머지를 보유한다.
이번 거래는 지난해 마스의 359억달러 규모 켈라노바 인수를 넘어서는 대형 소비재 합병이다. FT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형 인수합병에 우호적인 규제 환경을 조성하면서 미국 기업들이 인수 기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날 하루에만 세 건, 총 710억달러 규모의 거래가 발표됐다.
이번 거래의 금융 주선은 JP모건이 맡았다. 킴벌리클라크는 올해 안에 국제 티슈 부문을 분리해 매각한 자금 일부로 이번 인수를 충당할 계획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