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 코트라 LA무역관 해외물류센터를 가다
K뷰티·K푸드·K컬처 확산 숨은 조력자
관세·물류비 부담 속 컨설팅·보관·배송 지원 …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다운타운에서 남동쪽으로 20마일(32.2㎞)쯤 내려가면 세리토스시가 나온다. 한인 종합물류회사인 바이넥스(Binex)는 이곳 밸리 뷰 애비뉴(Valley View Ave)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바이넥스는 1995년 설립해 올해 31년째를 맞았다. 수출입에 필요한 인허가 컨설팅부터 세관통관, 국제운송(항공·해운) 및 국내운송(트럭·열차), 제3자 물류(3PL), 재고관리에 이르기까지 무역과 관련된 종합서비스를 제공한다. 북미지역에 20여개 지점을 두고 있다.
지난달 29일 세리토스시에 소재한 물류센터에 들어서자 약 3200평 규모의 창고가 눈에 들어왔다. 내부로 들어가니 철제선반으로 잘 짜여진 수납공간에 포장제품이 가득 쌓여있다. 곳곳에는 수납공간이 모자라 거치대 밑에 포개져 있는 상자도 제법 있었다.
◆LA무역관, 코트라 전체 거점 중 28% 담당 = 보관된 제품은 국내 ㅈ소주, ㅇ초코파이 등 대기업 식품을 비롯 스킨케어 등 K뷰티, 떡볶이 잡채 등 K푸드, K컬쳐 제품이 다양했다.
K팝 스타들이 인기를 끌면서 그와 관련한 응원봉 앨범 인형 의류를 수출해 이곳 물류센터에 보관하고 있는 점도 신기했다.
데이비드 백(David Baek) 바이넥스 회장은 “물류센터에는 코트라(KOTRA) 중재를 통한 한국 중견·중소기업 120여개사의 다양한 제품이 보관돼 있다”며 “시장조사부터 통관, 보관, 운송까지 서비스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관세 부과로 기업의 사전재고 확보가 증가함에 따라 미국내 제품보관비, 내륙운송비 등 물류비가 증가했다”며 “이에 상응하는 예산이 증액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외공동물류센터 사업은 선정된 중견·중소기업에게 1개사당 최대 1200만원을 지원해주는데 한정된 예산으로 많은 중소기업이 혜택을 못받고 있음을 빗댄 말이다.
이처럼 코트라의 ‘해외공동물류센터사업’이 국내 중견·중소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에 톡톡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견·중소기업들은 해외시장 정보에 밝지 않은데다 독자적으로 물류센터를 구축하기 어렵다. 이에 코트라는 현지 거점 구축을 통해 창고보관, 입출고, 포장 배송 반품 통관 등 맞춤형 시장 진출을 돕고 있다.
현재 코트라가 전 세계 80개국 124개 무역관에서 운영하는 해외공동물류센터(협력 물류회사)는 302개, 참가기업은 1684개에 이른다. 이중 현재 LA무역관에서 운영하는 해외공동물류센터는 9개이고, 477개 중견·중소기업이 이곳을 활용하고 있다.
코트라 124개 무역관에서 지원하는 기업이 1684개임을 고려하면 전체 사업의 28%를 LA무역관이 담당하는 셈이다. 특히 LA무역관에서 해외공동물류센터 지원을 하던 기업은 2019년 40개사였으나 2020년 311개사, 2024년 425개사 등 매년 급증하고 있다.
또 다양한 비즈니스 경험이 풍부하고, 한국기업의 요구를 잘 이해하는 현지 물류협력사들이 다수 활동한다. LA무역관이 다년간 축적해온 물류프로그램 노하우도 사업 활성화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실례로 K팝 관련 물품을 수출하는 A사는 미국시장 진출을 추진하던 중 각종 규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 가운데 코트라가 추진하는 ‘해외공동물류센터사업’을 알게 됐고, LA무역관의 도움으로 수출입통관, 3자물류(3PL) 운영, 아마존 판매채널 구축 등 복잡한 절차를 원만히 해결했다.
그 결과 아마존 주문처리서비스(FBA) 출고제품이 올 4월 44카톤(박스)에서 9월 122카톤으로 2.8배 증가하며 미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고급 가정용 방향제 생산업체인 B사는 미국수출을 위해 현지 인플루언서와 수차례 컨택을 시도했으나 번번히 계약이 결렬됐다. 하지만 ‘해외공동물류센터사업’에 참여하면서 LA무역관의 지원을 받아 상품특성과 타깃시장에 부합하는 인플루언서를 찾았다. 지금은 콘텐츠 제작 및 홍보활동 협업을 통해 주문이 급증, 수출물량이 올 8월 27카톤에서 9월 65카톤으로 한달 새 2.4배 늘었다.
박근형 LA무역관장은 “해외공동물류사업을 통해 국내 중소기업의 물류비를 절감하고, B2C 마케팅을 강화한 통합 스마트 물류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며 “우리 기업들이 미국시장에서 보다 효율적이고 경쟁력있게 활동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미국)=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