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조순열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불량로펌 규제, 국민 위해 반드시 필요”

2025-11-04 13:00:04 게재

“10억원 버는데 1000만원 과태료 의미 없어 … 대다수 젊은 변호사에게 성공보수 절실해”

“힘들다 힘들다 했지만 실체를 들여다봤을 때 처절할 정도입니다. 예전에는 변호사들이 방 한칸 얻어 개업하는 걸 두고도 힘들다 얘기했는데, 지금은 그것도 어렵습니다. 이제는 ‘사물함 변호사’ 시대입니다. 사업자등록하고 송달장소로 쓰는 사물함을 한달 10만원 내고 씁니다. 일은 집에서 하고, 고객은 밖에서 만납니다.”

취임 10개월을 맞아 지난달 23일 내일신문과 만난 조순열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의 첫 일성은 변호사업계의 현실을 고백하는 것이었다.

조 회장은 “변호사들의 자존감이 무너지는 건 물론이고 기본적으로 생활을 영위하기조차 어려운 정도”라며 “많은 돈을 벌 기회를 달라는 게 아니다. 공익적 사명감을 갖고 국민에 올바른 법률서비스를 제공케 하려면 최소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조 회장과의 인터뷰 문답.

●변호사업계가 어려워진 근본원인을 뭐라고 보나.

변호사업계가 8조~9조원 시장이다. 10여년 전부터 고착된 시장이다. 시장을 넓혀야 한다고 하지만 쉽지않다. 사시 1000명 시대를 로스쿨 1500명 시대로 전환하면서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 신규직군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기존질서를 유지하되 로스쿨 출신 신규 변호사들에게 라이선스를 줘 전문적으로 파고들 수 있는 직역군들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늘어난 건 법원 검찰 직원들이나 국세청 직원들의 유사직역군이었다. 미국식 로스쿨을 도입했지만 시장은 다르다. 미국엔 유사직역군이 없다.

●신규 변호사뿐 아니라 전관들도 어려워졌다고 하는데.

지금 판검사들도 개업시장에서 돈을 벌기 어렵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이제는 네트워크로펌(여러 지역에 분사무소를 두고, 본사에서 사건 수임·운영을 총괄하는 대형 법률사무소)에 이름만 올리면서 2000만~3000만원 월급을 받는 전관들이 늘어나고 있다.

예전엔 네트워크로펌이 전관을 모시는 형식이었지만 이제는 전관들이 그런 로펌을 가려고 해도 자리가 없는 상황이다. 로펌은 짧은기간 전관 얼굴을 교체하면서 장난질을 하고 있다. 전관이 변론하지도 않는데 마치 그런 것처럼 법률소비자를 기망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전관이 변론하는 줄 알고 갔는데 그렇지 않다면 사기와 같은 것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제재는 없다.

전관을 내세운 듯한 광고는 규정으로 막았지만 경력을 소개하는 것까지 막을 방법은 없다. 네트워크로펌들은 그걸 이용해 마치 전관이 나를 변론할 수 있다는 은근한 기대감을 심어주면서 영업하고 있다.

●법률서비스시장을 흐리는 불량로펌 상황이 심각한가.

모 법무법인은 선임한 지 3일 지나면 계약을 취소해도 착수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는 규정을 만들어 논란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목요일 변호사를 선임하면 그 다음주 월요일 계약을 취소하려 해도 착수금 반환 기일이 지났다고 하면서 전화를 안 받는다고 한다. 서울변회에서 이런 건과 관련해 진정이 접수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출산 중 과다출혈로 사망한 산부 남편의 사연이다. 이 남편이 모 로펌과 2000만원 약정을 맺고 착수금으로 760만원을 송금했다. 장례 끝나고 소송이 무리일 것 같아 돈을 돌려달라고 했더니 3일이 지났다고 안된다고 했다. 사건 착수를 하지도 않은 상태였다. 결국 반환소송 1심에서 남편이 착수금의 90%를 돌려받도록 승소했다. 법원은 3일 지나면 착수금 반환이 안된다는 약관을 무효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해당 로펌은 계속 그런 약정을 하고 있다. 개별 소송에서 지면 반환하면 그만이니까.

조순열 회장은 성균관대 법학과/법무법인 문무 대표변호사/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직역수호변호사단 공동대표/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2021.01.~2024.12.)/제46대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2025.01.~)

●서울변회나 대한변협 차원에서 불량로펌 규제를 하고 있을 텐데.

부끄러운 대목이긴 하지만 협회가 과거 제식구 감싸기, 솜방망이 징계를 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 한계상황에 이르러 자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강도 높게 규제를 하려고 하지만 여의치 않다. 10억원을 버는데 1000만원 과태료로 제재를 한다고 효과가 있겠나. 새발의 피다. 정직을 처분하면 다른 이에게 대표를 맡겨 놓았다가 1개월 뒤 다시 복귀한다.

과거 변호사 선배들은 협회의 징계를 받으면 변호사 생명 끝났다고 생각해 명예를 지키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착수금을 낚아채는 일이 빈번하고 협회 징계도 무시하는 상황이다.

●다른 나라 변협의 상황은 어떠한가.

서울변회가 변협에 보내 변호사를 징계하지만 이것이 최종판단은 아니다. 법무부가 1년에 한 두번 결정을 내린다. 불량로펌을 엄단해야 법률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데, 징계절차가 여러 단계로 이뤄지다 보니 이들이 버티기 전략을 쓴다. 최종 결정에 3년이 걸리기도 하고 아예 징계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 기간 해당 로펌들은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고 이를 모방한 로펌들도 생겨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변협의 제재가 최종 판단이다. 법무법인 업무정지 제도까지 있다. 불법을 저지르면 아예 영업을 못한다. 우리는 개인에 대한 제재만 가능하다. 때문에 부속품 갈아끼우듯 개인변호사만 교체하는 상황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와 갈등이 있다고 들었다.

변협과 서울변회 집행부는 불량로펌 규제와 관련한 논의를 하고 있다. 3일 지나면 착수금을 돌려주지 않는 로펌, 마치 전관이 변론하는 것처럼 기망하는 로펌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소비자들에게 엉터리 약정을 하는 불량로펌을 알려주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들 로펌이 어떠한 작용을 했는지,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공정위가 오히려 변협과 서울변회를 조사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협회의 정당한 규제를 막고 위법한 로펌을 보호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정의롭다는 자신감이 있다. 1인시위 등 대국민 홍보전을 통해 공정위의 부당한 처사를 알려나갈 계획이다. (실제 조순열 회장은 지난달 29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정문 앞에서 ‘변호사단체 사무개입 결사반대’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였다.)

●성공보수 부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유는 뭔가.

대법원이 성공보수 금지 판결을 한 지 10년이 지났다. 과도한 성공보수는 당연히 규제해야 한다. 성공보수와 전관예우가 결합돼 많은 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대다수 젊은 변호사들에겐 약소하나마 성공보수가 절실하다. 예를 들어 어떤 할머니가 사기꾼에게 평생 모은 돈을 잃었다. 젊은 변호사가 딱한 사정을 듣고 ‘실비만 달라. 적자를 보더라도 뼈를 깎아서 하겠다. 대신 성공하면 일부만 보수로 달라’ 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이 문닫아야 할 처지에 오너까지 구속되면 끝장나는 상황에서 ‘의뢰인에게 지금은 돈이 없으니 실비만 달라. 재판 이겨서 회생하면 일부를 성공보수로 달라. 진짜 열심히 하겠다. 무죄 받아내겠다’ 하면서 변호사가 뼈를 갈아넣을 정도로 열심히 변론했다 치자. 나중에 실제 무죄가 나왔다. 이때 성공보수 받으면 안될까. 수억, 수십억 받아챙기는 게 나쁜 거지, 젊은 변호사들이 열심히 일해 약간의 성공보수 받는 건 괜찮다고 본다. 협회 차원에서 10년 전 대법원 판결 도전해보려 한다. 그래도 안된다면 국회 문을 두드릴 계획이다. 이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정당한 성공보수를 청구하는 변호사들을 지원하고 있다.

●변호인 접견권 관련 개선이 필요하다고 들었다.

구치소 접견이 굉장히 어려워졌다. 지난 정부 때 현장 접견 신청을 없애고 인터넷으로만 신청을 하도록 바꿨다. 하루 전 오후 4시까지 30분 단위로 신청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앞선 변호사가 10분 만에 접견을 마쳐도 나머지 20분을 활용할 길이 없이 붕 떠버리는 상황이 빈발하고 있다. 또 인터넷서신이 막혔다.

취지는 재소자에 몰래 음란 영상을 넣어주는 부작용 때문이라는데, 기록이 남는 인터넷에서 어떤 변호사가 그리 하겠나. 사실 교정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다. 재고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대부분 변호사들은 최후의 보루로서 이 사회를 지켜내고 있다는 공익적 사명감을 갖고 있다. 사물함 변호사 후배들에게 ‘그같은 사명을 지키는 게 우리의 본질 아니냐’고 얘기하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도 우리의 진정성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김선일·서원호 기자 sikim@naeil.com

정리=김은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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