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감원장, ‘전액 손실’ 벨기에펀드 민원인 직접 상담
민원센터에서 현장 소통 첫 사례, 소비자보호 실천 의지
불완전판매 추가 배상 가능, 백내장 보험 민원인도 만나
금감원 임원들 매주 금융민원센터에서 현장 상담 하기로
이찬진(사진) 금융감독원장이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 1층 금융민원센터에서 민원인들을 만나 상담을 진행했다. 금감원장이 민원인을 직접 만나 상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전액 손실’이 발생한 벨기에펀드 투자자와 백내장 수술을 받았지만 실손보험료를 지급 받지 못한 민원인 등 민감한 현안과 관련해 현장 소통을 시도하면서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보여주기식은 아니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5일 오전 이 원장이 금융민원센터에서 민원 상담차 방문한 민원인을 대상으로 현장 상담을 진행하는 ‘경영진 민원상담 Day’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이날 벨기에펀드와 백내장 실손 관련 민원인을 먼저 만나기로 했고, 센터를 방문한 일반 민원인에 대해서도 상담을 하기로 했다.
벨기에펀드 민원인은 한국투자증권 벨기에펀드 가입자로 투자설명서에 중요사항이 미기재돼 판매사의 설명의무 위반 등에 따른 손해배상을 주장하며 분쟁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금감원은 이 원장 지시로 지난달 벨기에펀드를 판매한 한국투자증권, KB국민은행, 우리은행에 대해 현장 검사에 벌였다. 벨기에펀드는 투자자 자금 약 900억원을 벨기에 정부기관이 사용하는 현지 오피스 건물의 장기 임차권에 투자했다. 하지만 부동산 가치 하락으로 매각에 실패했고 투자금 전액 손실이 발생했다.
벨기에펀드는 지분 투자에서 후순위로 들어갔고, 당초 부동산 가치 하락에 따른 후순위 투자자들의 손실 위험이 큰 구조였지만 투자자들은 관련 위험을 듣지 못했다며 불완전판매를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판매사들이 투자자들을 상대로 자율배상을 진행했고 금감원에 제기된 민원도 홍콩H지수 ELS 관련 배상기준에 준해 자율배상을 유도해왔다. 일부 투자자들이 배상안에 합의하면서 금감원이 별도의 검사를 진행하지는 않았던 사안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반발이 계속되면서 이 원장이 검사를 지시했고 검사 결과에 따라 추가 배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 원장은 “상품 판매시 설명의무 미흡 등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상품설계와 판매단계 전반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예정”이라며 “향후 현장검사 결과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내부통제 위반 사실 등이 확인되는 경우, 이미 처리된 분쟁민원을 포함한 모든 분쟁민원의 배상기준을 재조정하도록 판매사를 지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를 통해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설명 의무 위반 등이 나올 경우 추가 배상안을 만들어서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이 상담한 또 다른 민원은 백내장 수술 실손 보험금 지급 관련이다. 2022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보험사들이 실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민원이 크게 증가했다. 대법원은 당시 백내장 수술 후 6시간 이상 의료진의 관찰·관리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 입원치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통원치료를 받은 경우 실손 입원의료비 청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한때 백내장 수술비는 1500만원까지 급등했고 일부 병원들은 브로커들을 고용해 실손 보험금으로 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환자들을 유인했다. 입원없이 통원 치료만으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들은 보험가입자들은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 이후 통원 치료로는 보험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입원치료의 실손보험 보장한도는 최대 5000만원이지만 통원 치료는 한도가 20만~30만원에 그친다.
이 원장은 민원인 주장을 들은 후 “법원 판례 등 관련 내용을 충분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금감원장의 민원상담은 금융감독의 최우선 가치인 금융소비자보호를 경영진부터 솔선수범해 실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금감원 경영진이 초심과 기본으로 돌아가 금융소비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공감하는 소통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 원장을 비롯해 12명의 금감원 경영진이 매주 1회 서울 여의도 본원 1층 금융센터에서 현장 상담을 진행하는 ‘금감원 경영진 민원상담 Day’를 운영하기로 했다.
금감원 임원 1명이 매주 한 차례 돌아가면서 내년 1월 14일까지 금감원을 방문한 금융소비자를 대상으로 금융상품 및 금융회사 등과 관련된 불만·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해소방안을 안내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조직 전체가 금융소비자보호 DNA를 갖출 수 있도록 현재 대대적인 조직개편 작업이 진행 중이며,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바꾸기 위해 이 원장이 먼저 민원 상담에 나선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