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에게 듣는다 | 이재준 수원특례시장
“수원 미래비전은 첨단과학연구도시”
“연구는 수원, 제조는 지방에서” 방향
여·야 ‘시민 체감 숙원사업’ 공동선언
이재준(사진) 경기 수원특례시장은 “기업이 떠난 도시에서 다시 기업이 몰려드는 도시로 바뀌고 있다”며 한국형 실리콘밸리 ‘첨단과학연구도시’를 수원의 미래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 시장은 민선 8기 취임 후 ‘기업 유치’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취임일에 에스디바이오센터㈜와 첫 투자협약을 체결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10월 2일 ㈜보령까지 3년여 동안 22개 첨단기업과 투자·유치 협약을 맺었다. 해당 기업들은 본사 및 연구·개발(R&D) 시설 등을 수원으로 이전하거나 투자를 확대한다. 총 투자유치액은 3000억원이 넘는다. 수원시정연구원은 취업유발 효과가 2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동시에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투자환경을 만들었다. 수원기업새빛펀드(새빛펀드) 조성이 대표적이다. 1차 펀드 목표액은 1000억원이었는데 3배가 넘는 3145억원을 조성했다. 자금이 부족해 사업 확장, 서비스 향상에 어려움을 겪던 18개 기업이 305억원을 투자받았다. 수원시는 2차 펀드 조성에 나섰다. 2차 펀드는 시 출자금 100억원을 포함해 4455억원 규모로 조성·운영될 예정이다. 이 시장은 “새빛펀드는 단비 같은 존재였다”며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던 기업들로부터 새빛펀드 투자 덕분에 희망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경제자유구역은 ‘첨단연구도시’ 전환점” = 이 시장은 취임 당시 임기 내 30개 기업유치를 약속했다. 그는 “추가 기업유치도 잘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내년에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다면 몇십곳이 이나라 기업 1000~2000곳 유치로 목표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시는 경기도의 경제자유구역 추가 지정 후보지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향후 산업통산자원부 심사를 거쳐 내년 11월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는 게 목표다. 미리 경제자유구역 추진단을 만드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시장은 “판교가 50만평 규모인데 1700~1800개 기업이 있고 이곳에서 연 100조원 규모의 매출이 발생한다”면서 “수원경제자유구역을 100만평 규모로 설계했는데 판교에 못 들어가거나 빠져나오는 기업들을 유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시장은 수원경제자유구역의 추진 방향을 ‘연구는 수원에서, 제조는 지방에서’라고 제시했다. 현재 전국에 있는 10개의 경제자유구역과 차별화된 정체성을 부각하는 동시에 지방과 수도권의 상생을 추구하는 경제자유구역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 시장은 “수원은 인재, 인프라, 교통망을 모두 갖춘 도시”라며 “경제자유구역은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라 첨단과학연구도시를 실현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 유치는 당장 세수 증대 효과로 이어졌다. 기업들이 낸 세수가 100억원 가량 늘었다. 여기에 렌트카 업체를 수원으로 유치하는 등 새로운 세원을 발굴했다.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예산도 절감했다. 이를 통해 취임 후 3년 간 지방채를 2000억원 갚았는데 이자만 연간 100억원 가량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아끼고 벌어서 모은 돈이 275억원에 달했다. 이 시장은 “기업 유치, 세원 발굴, 예산 절감 등으로 만든 예산을 다시 시민에게 돌려드리고자 어떤 사업을 하면 좋을지 시의회 여야 대표와 머리를 맞댔다”며 “그 결과 출산지원금 확대,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지원, 무상교통 확대, 대상포진 무료접종 등 민생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여야정 협치위원회를 일부 광역단체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기초지자체에서 구체적인 사업을 여야 합의로 추진하는 건 처음인 것 같다”며 “진심을 갖고 (여야와) 터놓고 얘기하면 정쟁을 줄일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청량산 수원캠핑장’ 대도시-소멸위기지역 상생 모델 = ‘시민체감 숙원사업 여야 공동선언’이 민생 협치의 성공 사례라면 최근 개장한 ‘봉화군 청량산 수원캠핑장’은 대도시와 농촌도시 간 상생협력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수원시는 봉화군과 2015년부터 교류해 왔는데 지난해 이재준 시장이 특례시협의회 대표회장을 맡았을 때 지방소멸도시와 협약을 맺으면서 청량산 캠핑장 조성방안이 추진됐다. 이 시장은 “도·농 간 협력사업이 농산물 판매 정도에 그치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봉화에 사람이 가는 것, 그래서 2만8000명 봉화군의 생활인구를 4만~5만명으로 늘리는 것”이라며 “2017년 개장한 청량산캠핑장은 지난해 1만여명이 찾았는데 시설과 조경 등을 대폭 개선해 연간 방문객을 2만명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원시에 따르면 현재 캠핑을 즐기는 수원시민이 15만명 가량인데 광교 등 수원권 캠핑장으로는 1만명도 수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신 시설로 캠핑장을 업그레이드하고 수원시민에게는 캠핑장 이용료를 50% 할인해 주는데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시장은 “인구감소는 어느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라며 “수원시와 봉화군의 상생협력이 다른 대도시와 소멸위기지역 간 상생협력으로 확산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민선 8기 임기 3년을 넘긴 초선 시장이다. 하지만 지난 2010년 염태영 전 수원시장 재임시절 제2부시장직을 맡아 5년 간 일했다. 당시 도시계획 수립에 시민이 참여하는 도시정책 시민계획단을 전국 최초로 도입하고 시민배심법정을 운영하는 등 시민주권 실현에 주력했다. 민선 8기 수원시정의 기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원을 새롭게, 시민을 빛나게’를 모토로 부서 칸막이 없이 베테랑 공무원이 민원을 해결하는 ‘새빛민원실’,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모바일 플랫폼 ‘새빛톡톡’, 돌봄이 필요한 이웃을 발굴하는 ‘새빛돌봄’ 등 새빛행정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조선시대 정조의 상언·격쟁 정신을 구현한 ‘폭싹 담았수다! 시민 민원함’으로 시민이 직접 행정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통로를 만들었다. 이 시장은 “시민이 제안하고 행정이 응답하는 도시, 즉 시민의 목소리가 시정을 움직이는 수원형 소통행정 모델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