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재수사

2025-11-05 13:00:05 게재

대검찰청 상고 포기에 행정절차 착수

자료 유실·수사팀 공백 등 난제 산적

경찰이 최근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의 진범을 찾기 위한 수사를 재개할 방침이다. 검찰이 재심에 대해 상고를 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경찰은 재수사를 위한 행정절차에 착수했다.

5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검찰이 재심 판결에 상고를 포기하면서 16년 전 발생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수사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에 경찰은 종결됐던 사건 수사를 다시 시작하기 위한 행정절차가 마무리되면 진범을 추적할 계획이다.

이 사건은 2009년 전남 순천시 황전면 한 마을에서 청산염이 섞인 막걸리를 나눠 마신 주민 2명이 숨지고, 2명은 중상을 입은 건이다.

당시 경찰은 마을 주민 가운데 용의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7주가량 탐문 등 수사를 이어갔지만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피해자의 딸로부터 자백을 받아내 그를 긴급 체포했다. 이어 검찰은 근친 간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부녀가 아내이자 친모를 살해하기 위해 범행을 공모했다고 결론 내려 재판에 넘겼다.

이듬해 2월 1심 재판부는 진술의 신빙성 등을 문제 삼아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이듬해 11월 부녀에게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각각 선고해 2012년 3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10년 뒤인 2022년 1월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가 ‘위법 수사’를 주장하며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에서 받아들여져 재심이 개시됐다.

재심을 맡은 광주고법 형사2부(재판장 이의영 고법판사)는 지난달 28일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 발생 16년 만에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심 재판부는 주요 증거였던 범행 자백이 검찰 강압수사에 의한 허위 진술이었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백씨 부녀는 2009년 8월 검찰의 긴급체포에 따른 구속 기간부터 지난해 1월 재심 개시 결정으로 풀려나기까지 약 15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검찰은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부녀에 대해 상고하지 않기로 했다.

대검찰청은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에 대한 지난달 28일 광주고등법원의 재심 무죄 판결에 대해 재판부의 판단을 겸허히 수용해 상고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4일 밝혔다.

대검 관계자는 그러면서 “적법절차에 따라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자세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해야 할 검찰이 본연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했던 점을 깊이 반성한다”고 강조했다.

대검은 특히 “현재 논의 중인 검찰개혁 과정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범죄 피해자 및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형사절차 개선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검찰이 재심 판결을 수용해 상고 제기를 포기하면서 진범을 찾아야 하는 경찰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2015년 이른바 ‘태완이법’으로 불리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살인죄 공소시효가 폐지된 상태라 재수사에 큰 문제는 없다.

경찰은 종결했던 사건을 다시 수사하기 위한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면 공식적으로 수사 재개에 나설 계획이다. 경찰은 검찰로 넘어갔던 자료를 돌려받아 중단됐던 수사를 되살리는 방안, 백지상태로 처음부터 다시 수사하는 방안 모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수사는 전남경찰청 형사기동대 내 미제사건 전담팀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진범을 검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6년이란 오랜 시간이 흘러 관련 자료가 유실됐을 가능성이 크고, 사건 초기 수사에 투입됐던 경찰 지휘부는 대부분 퇴직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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