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ETF 시장 진입장벽 깨졌다
화이트라벨 발달로 출시 봇물…2년간 60개 신규 진입, ‘빅3 ’점유율 급락
현재 미국에서는 화이트 라벨(출시 및 운영에 필요한 복잡한 업무를 대행해주는 전문 업체) 회사의 발달과 출시 비용의 급감으로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의 진입 장벽이 극적으로 낮아졌다고 블룸버그는 4일(현지시간) 분석했다.
과거 월스트리트 대형 금융기관만이 독점하던 ETF 출시가 이제는 독립 투자자, 헤지펀드 직원, 뮤추얼펀드 운용자 등 소규모 주체들에게도 가능해졌다. 이들은 30만달러 수준의 자본과 혁신적인 발상만으로도 8개월 만에 펀드를 출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13조달러 규모의 ETF 산업을 재편하고 있다. 그 결과, 오랫동안 시장을 지배해 온 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 스트리트 등 ‘빅3’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다. 이들 빅3가 차지하는 투자자 자금 유입액 점유율은 올해 57%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이는 시장의 경쟁 심화와 다변화를 명확히 보여준다. 개인의 신념과 자본만으로도 대형 운용사와 경쟁할 수 있는 ‘민주화’가 미국 ETF 시장에서 가속화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한다.
25세의 새 배당 ETF 출시자 소피아 마시는 “ETF 출시는 돈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매우 쉽다”며 “나의 주요 과제는 비용을 낮게 유지하고 1인 팀으로 펀드를 시작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ETF가지난 2년간 2조달러 이상의 현금을 유치했고 60개의 새로운 발행사가 ETF 시장에 진입했는데, 이는 사상 최대다. 2020년 이후 ETF를 출시한 회사 수는 1993년 최초의 ETF가 출범한 이래 전체 기간 동안 출시된 회사보다 더 많다. 맨 그룹과 같은 유명 헤지펀드, 픽테 그룹과 같은 유서 깊은 유럽 자산운용사, 배런 캐피털과 같은 구식 뮤추얼펀드 매니저들도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블룸버그의 ETF 분석가 아타나시오스 프사로파기스는 “ETF의 영향력은 계속해서 확대될 것이다”라며 “ETF가 더 나은 상품 포장 방식이라는 것은 점점 더 자명해지고 있다. 이를 수용하지 않는 자산운용사들은 업계가 발전함에 따라 뒤처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거래가 용이한 상품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ETF는 현재 모든 미국 펀드 자산의 36%를 차지하는데, 이는 10년 전 점유율의 두 배다. 그럼에도 블룸버그가 추적하는 600개 이상의 미국 자산운용사 중 3분의 1만이 ETF를 제공하고 있어 아직도 많은 회사가 이 분야에 진입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타이달은 현재 500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으며, 올해 138개의 펀드를 출시했는데, 이는 2024년 대비 52% 증가한 수치다. 펀드 설정에 약 6만5000달러가 필요하고 연간 운영 비용은 약 22만5000달러로 추산되며, 이는 10년 전보다 약 20% 하락한 수치다.
그러나 신규 펀드의 홍수가 가속화되면서 시장에서의 생존을 위한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경쟁이 심화되면서 폐쇄도 급증했다. 올해는 펀드 하나가 폐쇄될 때마다 약 다섯 개의 ETF가 새로 출시되었다. 현재 4500개 이상의 펀드가 존재하며, 과잉 공급으로 인해 비용 효율적이고 유동성을 유지하기에 충분한 자산을 유치하고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