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장기 이식” 임상…새 길 열리나

2025-11-05 13:00:23 게재

미국 FDA, 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이제네시스

임상시험 허가

돼지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이른바 ‘이종이식’이 임상시험 단계로 진입하며 의료현장의 장기 부족 완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10월 28일자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올해 9월 이제네시스(eGenesis)에 돼지 신장 임상시험을 허가했고, 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자회사 리비비코어) 역시 임상 준비를 진행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장기 이식이 필요한 환자 가운데 실제 이식을 받는 비율이 극히 낮고, 미국에서만 대기자 중 하루 약 13명이 숨지는 현실을 고려하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은 1월 25일 유전자 편집 돼지의 신장을 이식받은 팀 앤드루스(말기 신부전 환자) 사례를 공개했다.

새 신장은 271일간 기능을 유지해 최장 기록을 세웠지만 시간이 흐르며 기능 저하가 진행됐고, 10월 23일 제거됐다. 앤드루스는 다시 투석치료로 돌아갔고 사람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다.

앞서 2024년 11월 리비비코어의 신장을 이식받았던 토와나 루니 역시 감염 치료를 위해 면역억제제 용량을 낮춘 뒤 거부 반응이 악화해 장기를 제거했다. 현재 미국에서 돼지 신장과 함께 생활 중인 환자는 6월 이식을 받은 빌 스튜어트 1명이며, MGH는 연내 세 번째 수술을 예고했다.

이종이식 연구의 최근 진전에는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CRISPR)’의 상용화 경험이 영향을 줬다. 업계의 사실상 표준인 ‘10개 유전자 편집’ 방식은 사람에게 격렬한 면역 반응을 유발하는 돼지 유전자 3~4개를 비활성화하고, 혈액응고·염증·면역에 관여하는 인간 유전자 6~7개를 삽입하는 구조다. 성체 돼지 피부세포를 편집한 뒤 핵 이식과 복제를 통해 공여 돼지를 생산하고, 여기서 적출한 장기를 이식한다. 이런 장기들은 원숭이 실험에서 성과가 축적됐지만, 사람에게서의 장기 지속성과 면역 관리 체계는 여전히 개선 과제가 남아 있다.

면역 억제 전략의 고도화도 병행된다. 이제네시스는 엘레돈(Eledon)과 부작용을 줄인 신규 면역조절제 ‘테고프루바트(tegoprubart)’를, 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라불리주맙(ravulizumab)’을 각각 시험하고 있다.

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는 돼지 신장과 돼지 흉선 조직을 함께 이식하는 ‘UThymo Kidney(흉선 동반 신장 이식)’으로 수용자의 면역계를 훈련시켜 장기 관용을 유도하는 방안을 병행한다. 이제네시스는 인체 밖에서 돼지 간을 환자 혈액순환 장치에 연결해 시간 벌이를 시도하는 간 관류(perfusion) 임상 승인도 받았다. 옥스퍼드대 스핀오프 오거낙스(OrganOx)의 장기 보존 장비가 함께 쓰인다.

중국에서도 임상 전 단계 연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클론오르간(ClonOrgan) 등이 뇌사자에게 돼지 간과 폐를, 생존 환자에게 돼지 신장을 이식했다는 사례를 올해 잇따라 보고했다. 다만 각국 규제 체계, 장기 생존 기간과 안전성, 감염 관리, 대량 생산·표준화 문제는 향후 임상 데이터를 통해 단계적으로 검증돼야 한다. 한편 이코노미스트는 10월 29일자 정정에서 FDA 허가 주체가 리비비코어가 아닌 모회사 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임을 명확히 했다.

이종이식은 “항상 미래로만 남을 기술”이라는 회의론을 뚫고 임상 무대로 올라서고 있다.

그러나 개별 사례에서 확인된 거부 반응과 장기 기능 저하, 면역억제제 관리의 미세 조정 실패가 곧바로 장기 제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

업계가 임상에서 축적할 데이터(유전자 편집 구성·보조약물 요법·수술·사후관리 지침)가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장기 부족이라는 전 지구적 난제를 풀 유력한 해법인 만큼, 과학적 안전장치와 윤리적 논의, 규제의 투명성이 함께 진전돼야 한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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