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민간이 개발한 기술로 농업 혁신 앞당긴다

2025-11-06 13:00:01 게재

우리나라 농업기술 개발은 오랫동안 농촌진흥청(농진청)을 중심으로 추진돼 왔다. 농진청은 새로운 품종과 재배기술을 개발하고 지방 농촌진흥기관을 통해 이를 현장에 보급, 확산시킴으로써 우리 농업의 기반을 다져왔다.

한편 최근에는 다각화되고 있는 농업 현장의 문제 해결을 위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스타트업, 개인 개발자 등 다양한 주체들이 농업에 투자하고 있고, 그 결과 여러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스마트팜 환경제어 시스템, AI 기반 작물 생육 분석 솔루션, 친환경 미생물 비료, 자동수확 로봇 등 민간 기술의 영역이 넓고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민간에서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실용성과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자리 잡기 어렵다. 즉, 민간에서 개발한 기술이 산업화되어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술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데,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농진청의 ‘민간연구개발지원사업’이다.

민간연구개발지원사업은 민간 기업이나 연구자가 개발한 농업기술·농자재 등에 대해 농진청 연구진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연구를 통해 그 효과와 성능을 검증해 주는 사업이다.

민원인이 시험을 의뢰하고 수수료를 납부하고 나면, 농진청 연구진이 민원인의 시험 계획을 구체화하여 기술 검증을 위한 시험을 추진하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민간에서 개발된 기술은 공공의 검증을 거친 신뢰성 있는 기술로 인정받게 된다.

2022년 세계 최대 전자·IT 박람회인 CES에서 혁신상을 받은 OO전자의 식물재배가전도 출품되기 전 식물재배기에서 생산 가능한 채소를 선정하고, 해당 재배기에 특화된 생산기술을 개발함에 있어서 민간연구개발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았다. 또한 2019년 자사 개발 고추 비료의 재배 효과 검증을 위해 시험을 의뢰했던 OO화학은 2024년에도 배추 비료의 우수성을 확인하고자 다시금 민간연구개발지원사업을 찾았다.

민간연구개발지원사업은 이 외에도 식물유래 추출물을 이용한 식물병 방제기술의 검증, 시설하우스용 방제기의 성능 평가, 농자재(피복재 등) 적용에 따른 과실 품질 영향 평가 등 2019년 사업 운영 이래로 34건의 성능 검증을 수행하였다.

이를 통해 민간에서 개발된 기술은 현장 적용 가능성과 상품성을 인정받아 산업화되기도 하고, 보완 과정을 거쳐 더 나은 제품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우리 농업은 기후위기, 농가 고령화, 글로벌 경쟁 심화 등 복합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도전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간의 창의적 기술과 공공의 역량을 융합하여 혁신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농진청의 민간연구개발지원사업은 민간의 창의적인 기술을 발굴·검증하여 경쟁력 있는 기술로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사업이다.

앞으로도 농진청은 민간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여 민간의 우수한 기술이 공공의 과학적 검증을 통해 신뢰성을 확보하고 농업 현장에 안정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

김병석 농촌진흥청 연구정책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