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서해 구조물, 남의 일인가

2025-11-06 13:00:18 게재

경주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서해 해상에 중국이 무단으로 설치한 구조물이 관심을 받고 있다. 높이 71m에 달하는 거대 철골 구조물은 중국이 흑심을 품은 결과물인 것으로 점차 드러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제기됐고 앞으로 양국이 풀어나가기로 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서해 구조물은 그 사안을 들여다 보면 단번의 회담으로 끝날 수 없는 문제다. 한국과 중국이 경계선을 합의하지 않은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설치된 이 구조물을 연어 양식 시설이라고 중국은 주장하고 있지만, 그 진위를 알 길이 없다. 연어 양식의 이득 정도로는 국가간의 분쟁을 야기할 사유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차라리 이들 구조물이 장차 석유 시추 설비로 발전할 것이라는 일부의 추측이 더 설득력이 있다.

중국은 최근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라 에너지 확보를 위해서라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이란과 러시아로부터 석유와 천연가스를 도입하고 결과적으로 이들 국가를 도우면서 중국 스스로 곤란을 자초하고 있다.

중동지역에서 인도양과 말래카 해협, 남중국해를 지나는 석유수송 항로를 확보하기 위한 목걸이 전략과 인근 국가와 협력을 추구하는 일대일로 정책도 모두 중국의 에너지 확보 정책과 연관돼 있다. 나아가 남중국해의 80%가 자신들의 영역이라며 인근 동남아 국가와 마찰도 불사하지 않는 것도 남중국해에 매장된 석유와 천연가스를 노리는 것이다.

한중정상회담에서도 거론된 서해구조물 문제

중국이 에너지 문제로 마찰을 빚는 것은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나라와도 이미 개시됐다고 할 수 있다. 마찰 수역은 제주도 남쪽 동중국해이며, 제7광구 바로 옆이다. 중국은 이들 수역에 가스전을 개발했으며, 7광구와 가까운 룽징과 핑후 가스전은 각각 10 킬로미터, 170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이들 수역과 상하이 지역의 본토를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을 가설해 상당량의 가스를 대량으로 빼내가고 있다.

근접한 거리는 아니지만 먼 거리도 아니다. 7광구에서 한국과 분쟁을 벌이는 일본은 해저 천연가스층이 서로 연결돼 있다면, 풍선처럼 남의 자원을 빼내갈 수도 있다고 항의한 상태이다.

중국은 한일 양국이 7광구에서 합의를 못하고 마찰을 벌이는 사이에 기습적으로 막무가내적인 방식으로 가스 채굴에 나선 것이다. 현재 중국은 동중국해 북쪽에서부터 룽징, 렁취안, 핑후, 텐와이텐, 돤차오, 춘샤오 가스전 등 상당히 많은 가스전을 개발했다. 한국과 일본의 항의에도 오불관언의 태도로 에너지 공급에 매진하고 있다.

동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보면, 문제의 심각성은 더 커진다. 중국은 2012년 12월 14일 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에 제출한 내용에서 동중국해의 중국 관할권은 중국 연안에서 오키나와 해구까지 이어지는 대륙붕이라고 밝히고 있다. 쉽게 말하면 중국 본토의 토양이 침식 작용으로 동중국해로 흘러갔기 때문에 동중국해 전체는 중국의 해역이라는 것이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은 이러한 논리를 내세웠다.

중국은 서해에서도 이러한 대륙붕 연장설을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서해 전체가 중국의 황하, 양쯔강 등이 운반한 토양이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대해서도 한국과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으며, 서해 철골 구조물은 커다란 분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

몸집 더 키우는 구조물 분쟁 치달을 가능성

이러한 심각성에도 그동안 역대 정부는 나몰라라 했다. 중국의 철골 구조물이 2018년, 2024년에 설치됐지만, 당시 정부들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금에 들어서도 중국에 대한 항의보다는 현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소재로 이용하고 있다. 외부 침입에 대해서 내부 싸움에 골몰하는 격이다.

또한 각 부처도 서로 미루기에 바빴다. 위성락 현 대통령실 안보실장이 야당 의원 시절 지적한 것처럼 이 문제와 관련된 외교부, 국방부, 해양수산부 등은 자기 부서로 불똥이 튈까봐 발언과 대응을 자제해 왔다. 그러는 사이에 중국의 구조물은 점점 더 몸집을 키워갔다. 이제라도 합심된 노력이 필요할 시기이다.

김성걸 동아시아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