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 골드만삭스 회장 “미 부채, 성장으로 풀어야”
누적 2%냐 3%냐가 관건
"성장이 멈추면 심판의 날"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회장 겸 CEO는 미국의 38조달러 국가 부채 문제 해결의 열쇠로 지속 가능한 성장, 특히 인공지능(AI) 도입이 이끄는 생산성 개선을 지목했다고 포춘이 지난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출 삭감과 성장 중 현실적 대안은 성장이라는 입장이다.
솔로몬 회장은 절대 규모보다 GDP 대비 부채 비율을 더 주목했다. 재무부 자료 기준 현재 약 125% 수준인 이 비율은 의회예산국(CBO) 전망에 따르면 2055년 156%까지 상승한다. 실질 성장률을 한 단계 끌어올리면 부채 부담의 분모가 커지면서 재정 지속 가능성이 크게 개선된다는 판단이다.
지난달 30일 워싱턴DC 이코노믹 클럽 연설에서 그는 “돌파구는 성장 경로에 있다. 3%와 2%의 누적 성장율 차이는 장기적으로는 국채해결에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에게는 기술과 AI가 기업에 내재화되면서 생산성이 높아지는 기회가 있다.”고 강조하며 “하지만 현재 경로를 이어가며 성장 수준을 높이지 않으면 결국 심판의 날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신 데이터는 그의 전망을 뒷받침한다. 미 경제분석국(BEA) 9월 25일 자료에 따르면 2분기 GDP는 3.8% 증가했다. 이는 역사적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기술 혁신과 생산성 향상이 실제 경제 지표로 나타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솔로몬 회장의 이 같은 우려는 월가와 정책 당국 사이에서도 널리 공유되고 있다. JP모건 제이미 다이먼, 제롬 파월 연준의장, 브리지워터 레이 달리오 등 금융계 인사와 의회까지 미국 채권 시장 신뢰와 상환 능력에 경계심을 공유하고 있다. 특히 미국 국채 금리 상승과 달러 약세 가능성은 세계 금융 시장 전체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8년부터 골드만삭스를 이끌어온 솔로몬 CEO는 “국가 부채가 반드시 위기가 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그는 "경제업계의 많은 지인들이 부채 수준과 이제는 표준이 된 듯한 행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팬데믹 이후 재정 부양과 공격적 재정이 선진국 경제 운영 방식에 내재화된 점을 위험 요인으로 본 것이다. 이런 흐름이 구조화되면 장기 재정 유연성이 줄어들고, 위기 상황 대응력도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행정부는 관세를 통한 세수 확대와 함께 고소득 이민자 대상 골드 카드 비자 구상을 추진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2월 카드 100만장 판매 시 5조달러, 1000만장 판매 시 50조달러 조달이 가능하다며 당시 35조달러였던 연방 부채 해소 방안으로 제시했다.
솔로몬 회장은 지출 절제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미국 부채 문제의 핵심은 성장의 질과 속도라고 봤다. 기업 현장의 AI 내재화와 생산성 도약이 관건이며, 정책은 이를 뒷받침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