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2030보다 ‘686세대’<6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생>에 집중하나

2025-11-06 13:00:26 게재

대선백서 “민주화 이끈 60년대생 다수, 향후 지지율 상승”

투표자 비중 20% 육박 … 2030 남성 비중은 줄어들어

정년연장 등 정책 ‘고령자’ 무게중심, 빠른 보수화 가능성

더불어민주당이 ‘86세대’가 60대로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지지층이 확산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려 주목된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표심확보가 까다로운 2030세대보다는 상대적으로 손쉬운 ‘686세대’(6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에 집중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2030세대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남학생들도 ‘보수화’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확인돼 보수성향 유권자가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모습이 현실화될 가능성에 염두를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민주당이 내놓은 21대 대선 백서는 세대별 분석을 통해 “현재 60대는 민주화를 이끌었던 60년대생들이 다수를 형성하고 있어 향후 지지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며 “60대 이상 세대와의 적극적 소통과 메시지를 통해 호감도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또 “고령화 시대에 60대 이상 세대는 한편으로 새로운 생애주기에 들어서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이전 세대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삶의 경험을 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변화된 상황에 맞는 체감형 정책대안을 제시해 유능하고 신뢰받은 정당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며 “60대 이상 연령 집단에 대한 적극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70대 이상에서는 (이재명 후보)지지율 격차가 유지됐지만 60대에서는 불과 1% 차이로 상당한 지지율 상승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지난 대선의 방송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은 60대에서 48.0%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48.9%)에 비해 0.9%p 낮았다. 특히 60대 남성으로부터는 48.6%의 지지를 받아 47.7%를 얻는 데 그친 김 후보를 0.9%p차로 앞섰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은퇴시즌의 베이비부머를 위한 정년연장을 민주당이 강행하려는 것도 고령층을 고려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순차적으로 만 65세까지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올해 중에 확정하겠다는 입장을 제안해놓고 있다.

유권자와 투표자 비중이 점점 고령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공약이나 정책 초점도 ‘고령자’쪽에 치우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난 대선 유권자를 보면 연령대별로는 50대(868만 3369명·19.6%)가 가장 많고, 18~19세(90만 325명·2.0%)를 제외하면 20대(583만2127명·13.1%)가 가장 적었다. 60대(784만7466명·17.7%)와 70대 이상(685만4304명·15.4%)이 전체 유권자의 33.1%를 차지했다. 청년층인 20대(583만2127명·13.1%)·30대(663만4533명·14.9%)의 합(28.0%)보다 5.1%p 많다. 게다가 투표자 비중으로 따지면 60세 이상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86세대’가 포함돼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 구간에 접어들어 60대로 진입하기 시작한 대목에 집중하는 이유다.

반면 2030세대의 보수화에 다소 미지근한 모습이다. 민주당 백서는 “2030세대의 경우 여성의 지지율은 50% 후반대로 상대적으로 높지만 남성의 경우엔 20대 24%, 30대 37%로 낮다”며 “2030세대가 직면한 취업 결혼 육아 등의 문제에 대해 포괄적인 해법은 물론 다양한 하위집단이 처한 현실에 맞는 맞춤형 해법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2030세대가 직면한 고통과 이들의 정치적 선택의 차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면밀한 분석을 통해 2030세대가 체감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여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며 “2030세대가 스스로 참여하고 스스로 대변할 수 있도록 2030세대가 놀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2030세대 소통 메신저를 발굴, 육성해야 한다”고 했다. 뚜렷하게 남성들의 보수화와 반대 여론에 대해서는 별도의 분석을 해놓지 않았다. ‘면밀한 분석’과 ‘소통 메신저’를 언급했을 뿐이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민주당이 그동안 청년들에 대한 민감성이 크게 떨어졌고 사실상 무관심을 보여왔다”며 “젠더 문제 등에 막혀 보수화된 2030 남성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적극 대응하지 않은 결과가 표심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문재인정부 이후 강화되는 2030 남성들의 외침에 적극 답하지 않고 민주당에서 여전히 기득권으로 자리잡고 있는 ‘86세대’를 중심으로 60대를 겨냥한 선거전략은 성공할 수 있겠지만 종국적으로 국가를 멍들게 할 뿐”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고령화, 보수화를 지적한 대목으로 읽힌다.

오히려 ‘2030 여성표심’ 확보에 집중하며 젠더갈등을 부추겨 정치적 양극화를 확산시킬 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가 고등학생 1, 2학년생 10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남성 청소년의 이념성향이 0~10점 중 5.0점으로 여성(4.6점)보다 보수화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청소년기부터 젠더갈등이 커져 있는 상황도 드러났다.(내일신문 10월 23일자 1, 4면 참조)

연구책임을 맡은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소년기는 정치적 정체성이 형성되고 구체화되는 시기로 이 시기에 발달한 정치적 성향은 성인이 되어서도 거의 변하지 않는다”며 “감성적 정서적 측면에서의 젠더 갈등 수준이 높을 경우 정당 정치에서 정서적 양극화의 수준도 높아져 젠더갈등이 정치적 갈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보인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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