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에 빅테크 회사채발행 급증
알파벳 메타 오라클도 수백억달러 차입 행렬 … 국채와 금리차 4개월만에 최고
알파벳, 메타, 오라클 등이 채권 발행으로 수백억달러 규모의 차입에 나선 가운데, 오픈AI는 정부 지원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상반된 자금 조달 전략을 보이고 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에서 총 25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고 블룸버그가 6일 보도했다. 유럽에서 65억유로(74억8000만달러), 미국에서 175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각각 발행했다.
구글의 최근 실적은 클라우드 및 AI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 기업들은 거대한 데이터 센터와 서버로 구동되는 미래에 베팅하고 있으며, 이는 AI 관련 지출을 초과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모건 스탠리는 대형 기술 기업들이 2028년까지 데이터 센터 등 인프라에 약 3조달러를 지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절반가량은 현금 흐름으로 충당할 수 있지만, 부채 역시 중요한 자금 조달원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알파벳은 미국 시장에서 3년물부터 50년물까지 8개 부분으로 나눠 채권을 발행했다. 이들 증권에 약 900억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주문이 몰리면서, 알파벳은 발행 금리를 당초 계획보다 훨씬 유리하게 가져갔다. 최장기물인 50년 만기 채권의 금리는 초기 설정된 미국 국채 대비 금리 차이(스프레드)인 1.35%p에서 0.28%p 줄어든 높은 수준인 1.07%p로 최종 결정됐다. 또한, 유로화 채권 발행분은 올해 비금융권 기업의 유럽 발행 중 두 번째로 큰 규모였으며,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2억5000만유로 많은 금액을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앞서 메타 플랫폼스는 지난주 30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며 올해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 중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루이지애나주 메타 관련 프로젝트를 위한 270억달러 규모의 사모 채권 발행에 이은 것이다.
오라클 역시 9월에 180억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등급 채권을 발행했다.
이러한 기술 기업들의 차입 수요 증가는 이미 회사채 가치 평가에 부담을 주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0월 31일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의 평균 스프레드는 0.02%p 상승해 78bp를 기록했으며, 최근 82bp까지 확대되며 4개월여 만의 최고치를 나타냈다.
JP모건 체이스 채권 전문가들은 3일자 보고에서 “주요 단골 발행사들이 아직 시장에 등장하지 않았고, 연말 이전에 발행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11월 초에도 발행세가 이어질 것”고 밝혔다. 이들은 “AI 관련 발행 증가로 내년(2026년) 공급이 늘 수 있어 국채와의 금리차가 다소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수익률 매력과 탄탄한 실적을 감안하면 이런 흐름이 대규모 매도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파벳의 이번 250억달러 채권 발행은 클라우드 및 AI 서비스 수요 급증을 보고한 직후에 이뤄졌다. 3분기 매출은 875억달러로 증가했으며, AI 개발 가속화를 위해 올해 총 자본 지출은 910억달러에서 93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한편 오픈AI는 MS와의 지분 정리를 마무리한 뒤 자사 매출을 크게 웃도는 지출 계획의 자금 조달 방안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픈AI 최고재무책임자(CFO) 사라 프라이어는 5일 월스트리트저널 생방송에서 AI 인프라 투자를 위한 정부 보증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같은 날 링크드인을 통해 정부 후원 계획은 아니라고 즉각 해명하는 일이 있었다. 칩 구매 등으로 지출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오픈AI는 향후 몇 년간 컴퓨팅 파워 확충에 약 6000억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마켓워치는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에 중요한 기업들을 적극 지원해온 전례를 볼 때 정부의 오픈AI 지분 인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오픈AI는 여러 AI 기업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최근 몇 년간 주식 시장을 주도해온 인공지능 투자 열풍의 핵심 주자로 점점 더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