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조원대 트럼프 관세 환급 갈림길

2025-11-07 13:00:02 게재

트럼프 “패소땐 파괴적 결과”

대법원 “세금은 의회 권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연방대법원의 위헌 심리 대상이 되면서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관세 부과 권한이 헌법상 대통령에게 있는지를 놓고 벌어지는 이번 소송은 트럼프의 무역 정책뿐만 아니라 미국의 세수 구조와 행정부 권한의 경계까지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비만 치료제 가격 인하 협상 결과를 발표한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재판에 대해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라며 “우리가 진다면 미국에 파괴적인(devastating) 결과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관세를 국가 안보를 위한 수단이자 무역 협상의 핵심 카드라고 주장하며, 이를 통해 유럽연합(EU)과 9500억달러, 일본과 6500억달러, 한국과는 3500억달러 규모의 무역 합의를 끌어냈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과는 미국의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대미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연방대법원은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5일 진행된 구두변론에서 보수 성향 대법관들을 포함한 여러 판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관세를 부과한 것이 대통령 권한의 남용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관세는 미국 국민에게 직접적인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며 세금은 본래 의회의 고유 권한”이라고 말했다.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도 “IEEPA는 수입 전면 금지는 허용하지만 대통령이 세수를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관세를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은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 측 변론에 나선 법무차관 D. 존 사우어는 “이 관세들은 외국 무역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지 세수를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세수 증대는 결과적으로 나타난 부수 효과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관세로 인해 아무도 수입을 하지 않고 세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정책이 가장 효과적인 것”이라며 관세의 목적이 ‘돈벌이’가 아님을 거듭 밝혔다.

그러나 관세 수익이 실제로 미국 정부에 막대한 재정을 안겨줬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미 언론매체 악시오스(Axios)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수십억 달러의 세수를 확보했고, 이를 통해 국가 부채를 갚을 수 있다고 주장한 그의 연설까지 인용하며 대법이 관세를 세수 수단으로 해석할 경우 정책의 정당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논란 속에 관세를 환급받으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정부가 대법에서 패소하면 약 1000억달러에서 최대 2000억달러(약 280조원)에 달하는 관세를 기업들에 돌려줘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며 “환급 대상과 절차에 대한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부 금융업체들은 관세 환급 청구권을 확보하기 위해 관세를 낸 기업들을 상대로 관련 권리를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이 문제가 엉망진창이 될 수도 있다”며 소송 참여 기업 외에도 비슷한 상황에 놓인 기업들이 추가로 행정 절차를 밟아야 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변호인 측 역시 “환급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고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심리에 대해 “정부 측이 굉장히 잘했다”고 자평하면서도 “대비책(game two plan)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정당성뿐 아니라 대통령 권한과 의회 역할, 재정 운용 방향까지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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