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 3.0’내건 모이니핸, JP모건 추격 시동
공세적 성장전략 발표
규제완화·후계구도 관심
14년 만에 열린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투자자 행사에서 브라이언 모이니핸 최고경영자(CEO)가 ‘뱅크오브아메리카 3.0’을 선언하며 JP모건체이스 추격을 위한 성장 전략을 내놨다.
파이낸셜타임스(FT) 5일(현지시간)자 보도에 따르면 모이니핸 CEO는 “책임 있는 성장(responsible growth)”을 내세워 위기 후 회복기를 이끈 ‘BoA 2.0’ 이후, 이제는 “더 공세적인 성장과 기회 포착을 위한 전략적 위험 감수의 시기”라고 강조했다.
모이니핸은 2010년 취임 이후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구제금융 450억달러를 상환하고, 인수한 메릴린치를 성공적으로 통합시키며 BoA를 안정 궤도에 올려놓았다. 주가는 2011년 이후 약 4배 상승했지만, 여전히 JP모건과의 격차는 크다. BoA의 시가총액은 현재 약 4250억달러로 JP모건의 8500억달러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지난해 순이익 역시 271억달러로 JP모건의 585억달러에 한참 못 미쳤다.
올해 들어 BoA 주가는 20%가량 상승했지만 JP모건,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 주요 경쟁사에는 여전히 뒤처져 있다. 모이니핸 CEO는 오는 2030년 이전 퇴임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이번 행사는 성장 전략과 함께 차기 CEO 후보군을 공개적으로 평가받는 무대가 됐다.
행사에는 지역은행 부문을 총괄하는 딘 아사네시아, 글로벌마켓 책임자인 짐 드메어, 최고재무책임자(CFO) 앨리스터 보스윅 등이 주요 발표자로 나섰다. 이들은 모두 차기 CEO 후보로 거론된다. 바클레이스의 제이슨 골드버그 애널리스트는 “다음 BoA CEO는 이번 행사에서 무대에 선 인물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또 BoA가 팬데믹 시기 대량의 예금 유입분을 채권에 투자했다가 금리 급등으로 막대한 평가손실을 입은 이른바 ‘채권 사고(bond mishap)’ 이후 신뢰 회복의 계기로도 주목받았다. BoA는 2023년 당시 미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평가손실이 1000억달러까지 불어났으나, 만기보유 전략으로 손실 인식을 피했다. 올해 3분기 현재 미실현 손실은 880억달러 수준이다. 웰스파고의 마이크 메이요 애널리스트는 “채권 손실은 BoA의 오점이지만 이제는 과거의 일”이라며 “이제는 그때의 역풍이 성장의 순풍으로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BoA의 핵심 과제는 수익성 개선이다. 시장은 BoA가 유형자산순이익률(ROTE)을 현재 약 15%에서 JP모건과 웰스파고 수준인 17~18%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BoA가 최근까지도 지나치게 위험회피적이었다며, 글로벌 자산운용·트레이딩 부문과 부유층 고객 유치 전략에서 보다 적극적인 행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편 BoA의 오랜 우군이었던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해 7월 이후 BoA 지분을 13%에서 8%로 축소했다. 규제 완화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BoA가 다시 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모이니핸은 과거 서브프라임 대출업체 컨트리와이드 인수로 큰 손실을 겪은 뒤 “대형 인수는 끝났다”고 선언했지만, 완화된 자본규제가 새로운 전략적 선택지를 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모이니핸 CEO는 66세로, 이번 투자자 행사를 통해 자신의 임기 내 ‘BoA 3.0’ 비전을 확고히 하고 후계 구도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BoA가 JP모건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새로운 성장 전략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