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수산업 현장을 가다 ① 양식산업

섬마을 가족기업에서 글로벌 대기업까지 연어양식

2025-11-07 13:00:02 게재

양식산업박람회 ‘아쿠아노르’는 플랜트전시장 … 일본 대규모 투자 체결

빙하의 침식으로 만들어진 피요르드 해안에서 양식한 연어는 수산강국 노르웨이의 대표적인 수출상품이다. 지난해 노르웨이 수산물 수출액 1754억크로네(약 175억달러, 약 25조원) 중 70%인 1229억크로네(17조5000억원)를 차지했다. 노르웨이 연어는 최근 중국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일본 한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권 시장도 더욱 확대했다.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노르웨이 연어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중국은 114%를 기록, 한국(15%) 일본(16%)보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베트남 시장도 40% 늘었다.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는 지난 6월 5일 서울 성북구 주한노르웨이대사관저에서 ‘노르웨이 연어초밥 4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노르웨이 정부가 1985년 일본에 파견한 수산물 대표단이 생연어 홍보 캠페인 ‘프로젝트 재팬’에서 시작한 연어초밥은 현재 세계적인 식품으로 성장했다.

당시 대표단에서 전략 기획을 담당한 비에른 아이릭 올센은 “노르웨이 생연어를 초밥에 접목한 전략은 노르웨이 연어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된 기점이 됐다”며 “현재 노르웨이는 세계 113개 국가에 연어를 수출해 세계 대서양 연어시장의 53%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양식산업의 성공 교본처럼 얘기되는 노르웨이 양식산업을 보기 위해 8월 노르웨이 트론헤임에서 열린 ‘아쿠아노르 2025’를 취재했다. 노르웨이는 어선어업 박람회 ‘노르피싱’과 양식산업 박람회 아쿠아노르를 번갈아 가면서 해마다 열고 있다.

◆노르웨이 북부 작은 섬에서 월 600만원 일자리 제공 = 8월 15일 비행기와 배를 갈아타면서 도착한 연어종자 양식 기업 피쉬베이스는 노르웨이 북부 알스타섬 서쪽에 있는 산네스욘에서 순환여과식(RAS)으로 연어 종자를 기른다. 순환여과식은 양식장 수조에 공급한 물을 배출하지 않고 순환하는 방식이다. 물을 흘려보내는 유수식 양식보다 에너지사용량이 적고 단위 면적당 더 많은 양을 양식할 수 있다.

피요르드의 복잡한 해안선은 또한 숱한 섬과 섬을 낳았고, 피쉬베이스는 산네스욘의 작은 섬 ‘돈나’에 터를 잡았다. 제주도에서 마라도로 가듯 큰 섬에서 작은 섬으로 또 들어가야 피쉬베이스에 갈 수 있다. 섬에 있지만 양식장은 바다가 아니라 땅 위에 있다. 땅 위에 바다 환경을 잘 만드는게 육지 양식장 성패를 가르는 핵심이다.

33명이 일하는 지역의 작은 기업 피쉬베이스는 노르웨이의 양식 대기업보다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알에서 부화해 민물에서 자란 어린 연어는 바다로 나갈 준비를 한다. 피쉬베이스에서 양식한 어린 연어는 바다로 나가기 위해 바뀌는 ‘스몰트’ 단계에 이르기까지 18개월만에 650g까지 자란다. 자연상태에서는 650g까지 자라는데 5년 걸린다.

프레드릭 노르되(오른쪽) 피쉬베이스 마케팅담당 이사는 노르웨이 북부 작은 섬에서 대기업보다 뛰어난 기술로 연어종자양식을 하며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가고 있다. 사진 정연근 기자

세계적인 연어양식 대기업 뢰로이씨푸드그룹은 330g 크기의 스몰트를 바다 양식장으로 보낸다. 어린 연어가 덩치가 더 크면 바다에서 생존 확률이 높아진다. 연어 양식 초기에는 100g 크기의 스몰트를 바다로 보냈다.

피쉬베이스가 노르웨이 연어양식 3위 기업인 뢰로이보다 더 큰 스몰트를 생산하는 비법은 바닷물이다. 피쉬베이스 마케팅 담당 이사 프레드릭 노르되는 “부화한 연어가 강이라고 느낄 수 있게 양식장 환경을 만들어 주려 한다”고 말했다. 강과 바다, 담수와 염수를 오가는 연어가 자연상태를 느끼게 하려면 육상 수조의 민물에 염분을 공급해야 한다. 수조마다 오염도와 염도 등 물 상태를 관리하는 전담 직원이 있다.

피쉬베이스는 650g 크기의 스몰트를 키우는 기술로 지난해 1400톤을 양식, 2억1000만크로네(약 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프레드릭 이사는 “추가 투자를 받아서 올해는 2000톤, 내년에는 1만톤 규모를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온 일행을 만나는 동안에도 프레드릭은 수시로 투자자와 문자를 주고 받았다. 그는 “오늘 들어온 펀딩자금은 280억원”이라며 “50%는 은행, 50%는 창업주주들이 투자했다”고 말했다.

피쉬베이스는 연어양식 가치사슬 안에 있는 여러 기업들과 연결돼 있다. 서로 데이터를 주고 받으며 경쟁력을 키운다. 돈나섬에서 다시 배를 타고 돌아온 알스타섬 서쪽의 산네스욘에는 양식 실증연구를 하는 연구센터 ‘렛씨’(Letsea)가 있다. 렛씨의 연구성과는 피쉬베이스 양식장으로, 피쉬베이스 양식장의 실증 데이터는 렛씨의 연구소로 끊임없이 흐른다.

17일 방문한 로포텐(노르웨이 북부 섬지역)의 ‘로포텐 시푸드센터’와도 바이오마르(피쉬베이스의 모회사)를 통해 사료 개발과 실증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다.

산네스욘 출신 프레드릭은 대학생활 중 연어수출 회사를 창업해 한국 중국 대만 등으로 연어를 수출했다. 한국에 처음 수출하는 것은 2015년, 스무살 때였다. 자금을 모은 그는 킹크랩 가리비등 갑각류 공장을 운영하다 한국에 노르웨이 골뱅이를 처음 수출했다.

피쉬베이스에서 일하는 33명은 대부분 지역 출신이다. 박사 학위를 가진 고학력 고급인력도 스카웃한다. 그는 “10년 전에는 수산양식업을 아무나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똑똑한 사람들은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정부가 계속 투자하고 산업을 키워 지금은 젊은 고학력자들이 선호할 수 있는 ‘섹시한’ 고급 일자리로 인식이 바꼈다”고 말했다. 프레드릭은 “지역에서 일해도 오슬로 등 대도시나 해외에는 언제라도 나갈 수 있다”며 섬에서 양식장을 계속 키워갈 의지를 보였다. 피쉬베이스는 돈나섬에서 가장 큰 회사로 직원들의 평균 임금은 월 600만원 수준이다.

산네스욘 출신인 부친도 양식연어 수출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20일 트론헤임에서 열린 아쿠아노르 박람회장에서 다시 만났다. 프레드릭은 “마흔살이 되기 전에 한국에서 방어양식을 순환여과식으로 해보려 한다”며 “한국에서 기른 방어를 세계 시장에 수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소 돼지 생각하듯 ‘연어복지’ 강조 = 19일 노르웨이 연어양식 3위 대기업 뢰로이의 해상양식장과 연어가공공장을 방문했다. 거대한 해상양식장과 가공공장은 첨단 공학과 생명과학의 집합체였다. 공학과 생명과학은 순환여과식 수조를 설치·운영하며 연어가 질병에 걸리지 않게 집중하고 있다. 실내 촬영이 금지된 가공공장을 안내하는 뢰로이 담당자는 물을 여과하는 장치에 대해 특별히 강조했다.

연어가공공장은 세계적인 축산기업 덴마크의 데니쉬크라운, 칠레의 아그로수퍼, 브라질의 JBS 가공시설을 연상케 했다. 공정은 자동화돼 있고 위생과 보안은 강조됐다.

작업장은 양식장과 생선 가공공장 특유의 냄새를 느낄 수 없게 쾌적했고, 헬스장 등 직원을 위한 복지시설들도 잘 갖춰져 있었다. 높은 임금과 좋은 근무조건은 뢰로이를 노르웨이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직장으로 만들었다.

해상양식장에서 사료는 관리선에서 파이프를 통해 공급한다. 바닷물에 쉽게 풀어지지 않는 딱딱한 건식사료지만 연어가 먹으면 소화가 잘 된다. X박스 콘트롤러로 어류 움직임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면서 먹이를 조절한다. 사료를 투입해도 연어가 반응이없으면 자동으로먹이 공급을 중단해 사료 낭비를 줄인다.

노르웨이 중부 트론헤임 인근에 있는 연어양식 대기업 뢰로이의 해상양식장. 바다 위 양식관리장(오른쪽)에서 왼쪽 해상가두리에 사료를 보내는 장치는 파이프로 연결돼 있다. 연어가 이동할 때도 피쉬펌프를 통한다. 한국 양식장에서 사용하는 뜰채와 삽은 노르웨이양식장에서 찾아볼 수 없다. 사진 정연근 기자

20일 트론헤임에서 열린 ‘아쿠아노르2025’ 박람회는 △재활용 △동물복지 △효율성을 주제로 열렸다. 양식산업 가치사슬에 있는 700여개 기업이 부스를 열었고 2만5000여명이 방문했다. 연어양식 1, 2위인 모위 살마도 부스를 차렸고 한국의 동원산업이 제휴한 살먼에볼루션도 등장했다. 모위와 살마의 시가총액은 6일(현지시간) 기준 1185억크로네(약 17조원), 769억크로네(약 11조원)에 이른다.

모위의 시가총액은 한국의 식품기업 CJ제일제당 삼양식품 시가총액 3조4000억원, 9조9000억원을 훌쩍 넘고 한국 최대 선사 HMM 시총 18조9000억원과 비슷하다.

노르웨이의 연어양식에서 동물복지는 소나 돼지같은 대가축 사육처럼 뜨거운 현안이다. 연어양식에서 미결과제로 남아있는 바다이(시라이스) 문제도 연어가 자랄 때 고통스러우니 퇴치해야 한다고 접근한다. 바다이를 퇴치하는 럼피쉬를 공급할 때는 럼피쉬가 바다이만 먹고 자라니 불쌍하다고 생각한다.

노르웨이에 본사를 둔 연어알 및 유전학 기업 ‘아쿠아젠’은 유전자편집과 유전자가위 기술 연구를 소개했다. 이 기술은 아직 허용되지 않고 있다.

박람회를 견학한 국립수산과학원과 한국수산자원공단은 가두리 그물을 청소하는 자동로봇청소기,발안란(수정란)선별기 등 한국의 양식장에 도입해도 좋을 기술과 상품에 집중했다.

김형수 수과원 연구사(양식연구)는 “해상가두리 아래에서 산소를 공급하는 장치도 한국에 도입하면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숭어는 수온 33도에서도 사는데 30도에서 죽었다며 고수온 피해 신고가 들어와 원인을 추적하니 밀물 썰물 정체기(정조)에 물흐름이 없어 저산소 현상으로 죽은 것”이라며 “센서를 통해 수온경보를 하고 산소를 공급하면 어업인들의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식하는 모든 연어에 백신을 자동주사하는 시스템은 한국에 도입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수과원은 백신자동주사기를 개발했지만 물고기 개체량이 적어 현장에서 기계화 자동화할 요구가 적어 보급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아쿠아노르 기간 동안 시플로우는 퓨어살만과 일본에 연간 1만톤 규모의 대서양연어를 생산할 수 있는 육상양식장 시스템을 건설하기로 계약을 체결해 주목받았다.

동원산업도 살먼에볼루션과 손잡고 강원도 양양에 연어양식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물처리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르웨이에서 연어를 수입하며 투입하는 물류비와 한국에서 대서양 연어를 생산하며 투입할 비용도 검토 사안 중 하나다.

산네스욘·트론헤임(노르웨이)=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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