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시트 막판 줄다리기…강훈식 “이 주 넘기지 않을 것”
대통령실 “발표시점 조율만 남아” … 다음 주 가능성도 솔솔
첫 국감서 ‘배치기’ 정쟁 얼룩 … “내란 책임 물을 조직 검토”
한미 간 무역·안보 협상의 합의문 격인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 Sheet·공동 설명자료)’ 공개가 지연되고 있다. 당초 한미정상회담 후 2, 3일 내 공개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주말 중 발표 또는 다음 주로 연기될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분위기다. 다만 대통령실 내에선 문구 조율 자체는 거의 완료했고 발표시점만 정하면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협상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6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대통령실에 대한 첫 국회 국정감사에서 팩트시트 관련 “대략 이번 주를 넘기지 않을 것이란 정도로 완만한 협상, 협의가 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내에서도 여러 부처가 논의하고 있는 사항이라는 전제를 달며 “일방적으로 예단해서 언제까지 된다고 말씀드리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7일 “문구 조율은 거의 끝났고 발표시점 조율만 남은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원자력 추진 잠수함 등의 문제로 팩트시트 발표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협상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쪽으로 가르마를 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것과 관련해 미국 내 외교, 안보, 에너지부 등 관계부처들간에 이견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도 지난 5일 “원잠과 여러 협정, 문제들로 미국 내 여러 부처에서 조율이 필요해 지체된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분석에도 불구하고 양국 정상간에 이미 큰 틀의 합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팩트시트에는 구체적 내용은 적시하지 않되 원자력 추진 잠수함 관련 원칙적 입장을 적는 방향으로 진행해 팩트시트 발표 자체에는 무리가 없으리라는 전망도 함께 나온다. 다만 여전히 외교부 등 실무진 사이에선 주말을 넘겨 다음 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지연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어 발표시점을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날 진행된 대통령실에 대한 첫 국회 국정감사에서 강 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위성락 안보실장은 관세 및 안보 협상의 주요 부분을 설명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미) MOU 1조에 ‘상업적 합리성’이라는 조항을 넣었다”며 “투자원리금 회수의 불확실성이 있는 사업은 착수하지 않도록, (투자 관련) 위원회에서 동의하지 않도록 했다”고 다층적 안전장치를 넣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산 사과의 검역 절차에 일부 조정이 있다는 내용은 처음 확인했다. 김 정책실장은 “사과 수입 검역 절차를 조정해 사과 수입이 가능하게 되느냐”는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검역 절차를 일부 개선한 내용들은 팩트시트에 일부 포함될 것”이라고 확인했다. 다만 사과 수입 확대 가능성 등 우리 농민 농민들의 피해를 입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당장 절차가 빨라지는 것이 아니다. 사과 농가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12.3 불법계엄과 관련해 추가적으로 고위공직자들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검토 발언도 나왔다.
강 비서실장은 ‘전 부처에 걸쳐서 내란 관련 전 공무원들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김영배 민주당 의원 주장에 대해 강 실장은 “내란 특검이 진행되고 있지만 매우 중요한 핵심 사안으로만 한정됐다”며 “더 많은 범위에서 더 많은 것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부인할 수 없는 그 상황에 대해서도 행정적인 절차와 책임을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조만간 관련된 별도의 조직이 필요하다면 발족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별도 조직 신설시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이날 “비상계엄 이틀 후인 지난해 12월 5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 명의로 조현동 주미대사에게 공문을 보내 22건의 야당 탄핵소추안 발의 등 계엄에 대한 입장을 전달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측에 보낸 공문에는 ‘12.3 비상계엄이 합법적 계엄’이라는 주장을 담고 있는가 하면 윤석열 전 대통령이 기독교적 가치관에 따라 반미주의에 대항하고자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현재 이 공문은 기밀로 지정된 상태다.
한편, 이날 대통령실에 대한 국감 초반에는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과 관련해 여야 간 고성이 오가다가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국감 정회 직후 의원들이 회의장을 나가는 과정에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이기헌 민주당 의원이 ‘배치기’를 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방송 카메라에 잡혔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김현지가 김병기 원내대표(위원장)보다 서열이 위”라고 SNS에 적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차 정회되기도 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