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특별법 제정, 세부내용 공개 회피용”

2025-11-07 13:00:02 게재

국회 비준 동의는 관세협상 ‘전체내용 공개’ 필요

야권 “구체적 내용 투명하게 공개하고 검증해야”

정부여당이 한미 관세협상 후속 조치로 ‘국회 비준 동의’ 대신 ‘대미투자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협상 세부 내용의 투명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야권은 국민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임에도 정식 조약 절차를 회피하고 특별법을 강행하는 것은 국회 검증을 무력화하고 협상 내용을 숨기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6일 논평을 통해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번 협상을 ‘역대급 성과’라고 직접 강조한 바 있다”면서 “그런데 정부는 합의문 한장 제시하지 못한 채 스스로 국회의 동의를 생략하겠다고 선언했다”고 밝혔다.

최 수석대변인은 “정부가 미국과 합의했다면 3500억달러(약 500조원)는 내년 정부 예산(728조원)의 69%에 달하는 금액”이라면서 “이런 결정을 국회 검증 없이 처리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위헌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미 양국의 설명도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 핵심 수치와 조건이 서로 다른데도 이를 확인할 합의문·팩트시트·서명 문서는 단 하나도 공개되지 않았다”면서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려면 최소한 어떤 문서에 어떤 약속을 했는지 공개하고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여당이 ‘국회 비준 동의’ 대신 ‘특별법 제정’이라는 우회로를 선택한 데 대해 야권에서는 협상 내용이 전부 공개되는 것을 피하려는 것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 전략기획부총장은 지난 4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국회 비준 동의를 하려면 그 합의 내용, 협상 내용이 국회에는 다 공개가 돼야 한다. 그런데 대미투자특별법으로 하면 그 협상 정보를 다 공개할 필요가 없다”면서 “뭔가 구려서 자꾸만 숨기려고 이런 꼼수 쓰는 거 아니냐 이런 오해를 키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도 6일 같은 라디오에서 “비준 동의해야 된다. 특별법을 하게 되면 전체 내용이 제대로 국회에서 논의가 되는 게 아니고 우리가 해줘야 되는 것들만 선별해서 특별법을 만들어서 재정 지출의 근거만 만들겠다는 거”라면서 “민주당도 숨길 게 없다면 특별법을 하든 비준을 하든 국회 다수당이기 때문에 큰 그런 문제가 없다. 그래서 숨기지 말라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은 관세협상 결과에 대해 국회에 충분히 보고하고 설명하겠지만 관세인하 발효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특별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범여권 소수 정당에서도 이에 반대하며 국회의 비준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

6일 손 솔 진보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부여당이 국회 비준을 회피하려는 태도는 협상의 정당성과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는 악수가 될 수 있다”면서 “이럴수록 협상의 세부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경제와 우리 산업에 미칠 영향을 조목조목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 앞에 모든 정보를 열고, 헌법이 예정한 견제와 균형의 절차 속에서 충분히 검증하자”고 제안했다.

정의당도 성명을 내고 “관세협상은 특정 산업과 기업의 이익뿐 아니라 소비자 물가, 중소상공인의 생존권, 노동자의 일자리와 직결된 문제다. 게다가 현재까지 과정을 보면 양국의 말이 일치하지 않기도 하는 등 구체적이고 정확한 내용이 국민 앞에 밝혀지지 못했다”면서 “국회 비준 동의 절차를 통해 협상 내용이 공개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해 사회적 약자와 취약 산업에 대한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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