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업계 실질 가동률 50%
자동차연구원 보고서 … 130개 전기차 기업 중 흑자는 4개사뿐
중국 자동차산업의 실질 가동률은 50% 내외로 추정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완성차업계의 수익률은 2017년 8%에서 2024년 4.3%로 급감했고, 일부 부품업체는 대금지급이 140~180일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10일 ‘중국 자동차 산업의 역설, 내권(內卷)’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내권이란 ‘안으로 말려 들어간다’는 뜻으로 소모적인 출혈 경쟁이 지속되고 산업 전반의 질적 향상은 이뤄지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산업은 2024년 생산량 3000만대를 돌파하며 17년 연속 세계 1위를 유지했다. 전기차 생산량은 세계시장의 3분의 2를 점유했다.
하지만 중국의 완성차 생산능력은 연간 5507만대로 내수 판매량 2690만대의 두 배에 달했다. 수출물량을 포함해도 2000만대 이상의 유휴설비가 존재하는 셈이다.
일정 규모 기업을 대상으로 한 중국 자동차산업 평균 가동률은 2024년 기준 72.2%로 나타났으나 조사대상을 전체 등록 제조사로 확대하면 실질 가동률은 50% 내외로 추정됐다. 일반적으로 75% 이하면 과잉설비로 간주한다.
이러한 공급 과잉은 중국 완성차업체들의 가격 인하 경쟁과 수익률 저하로 이어졌다. BYD를 비롯한 주요 전기차 제조사의 평균 차량 판매가격은 2021년 3만1000달러에서 2024년 2만4000달러로 하락했고, 완성차업계 수익률은 2017년 8.0%에서 2024년 4.3%로 반토막 났다.
중국 전기차 제조사 130곳 가운데 지난해 흑자를 기록한 업체는 BYD 테슬라차이나 리오토 지리사 등 4곳 뿐이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는 약 15개사만이 2030년까지 재무적으로 생존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보고서는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중국 완성차업체들이 생태계 전반에 비용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며 “일부 부품 공급업체는 연 10~15% 수준의 부품단가 인하와 대금지급 지연(약 140~180일)에 직면해있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자동차딜러협회에 따르면 잦은 가격 인하로 상당수 완성차 딜러는 매입 금액보다 판매 가격이 낮은 ‘가격 역전’ 현상에 놓이기도 했다. 그 결과 2024년 상반기 기준 딜러의 50.8%가 손실을 기록했다.
중국자동차산업은 2023년들어 가격전쟁이 격화됐다. 테슬라가 중국시장에서 모델 3과 Y 가격을 최대 9% 인하하자, BYD는 10~20% 인하했다. BYD는 2024년 ‘전비유저’(전기차가 기름차보다 싸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추가 가격인하를 단행했고, 다른 기업들이 동참하며 출혈경쟁이 확산됐다.
이에 중국정부가 전기차를 전략산업 목록에서 제외하는 등 산업재편에 나섰으나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김한솔 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세분화한 시장상황, 첨단산업으로서의 상징성을 고려하면 향후에도 정부의 직접 개입은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지방정부와 자동차산업간 이해관계로 산업 구조조정이 난망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 연구원은 “자동차산업은 지방정부의 핵심산업으로 주요기업 파산시 지역경제 파급력이 크다”며 “이에 지방정부가 저리 대출, 세제 감면, 직접 지분투자 등으로 지원하며 부실기업의 퇴출을 지연시킨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