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기업들, 트럼프 관세에도 4년 만에 최고 실적

2025-11-10 13:00:04 게재

3분기 순이익 11% 급증

미국 주요 기업들의 순이익이 4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무역관세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며 ‘관세 충격’을 상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러셀3000지수 기준 미국 상장기업의 올해 3분기 순이익 증가율은 전년 대비 11%로, 2분기 6%에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는 2021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도이체방크 분석에 따르면 S&P500을 구성하는 11개 업종 가운데 6개 업종이 3분기 평균 순이익 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2분기(2개 업종)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금융과 대형 기술주 외에도 전력, 부동산, 산업재 기업들이 호조를 보였다. 모건스탠리 운용사 SLC매니지먼트의 디크 멀라키 전무는 “기업들이 관세 부담을 흡수할 방법을 찾아냈고, 고용이 유지되는 한 소비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의 주식전략가 데이비드 코스틴은 “이번 분기 S&P500 기업들의 실적이 애널리스트 전망을 상회한 비율은 역대 최고 수준”이라며 “지난 25년간 이 같은 빈도는 2020~2021년 코로나19 재개방기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팩트셋 집계에 따르면 4분기에도 기업 순이익은 7.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심리를 지탱한 요인으로는 일본·유럽연합(EU)과의 무역합의, 그리고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1년간 무역 휴전’ 합의가 꼽힌다.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는 자동차 부품 수입에 대한 관세 유예 조치로 피해가 예상보다 작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력회사 NRG에너지는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의 수혜를 받았고,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여행 수요 회복에 힘입어 매출이 증가했다.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JP모건체이스 등 주요 은행들은 거래 수입과 기업 인수·합병(M&A) 회복세로 순이익이 급증했다.

반면 소비자 직판 기업들은 어려움을 호소했다. 크래프트하인즈의 최고경영자(CEO)는 연말 소비자 심리를 “수십 년 만에 가장 나쁜 수준”이라고 평가했고, 맥도날드는 “고가 메뉴 소비가 줄고 있다”고 밝혔다. 도이체방크는 “제품 판매 중심 기업들이 이번 실적 시즌의 명확한 성과 부진자였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 셧다운으로 공식 고용통계가 지연되면서 소비 여건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그러나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수석이코노미스트 토르스텐 슬뢰크는 “중소기업연맹, 샌프란시스코 연준, 주별 실업통계 등 대체 지표를 보면 고용시장은 여전히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9월 이후 아마존, UPS, 타깃 등 대형기업 17곳이 약 8만명을 감원하는 등 고용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미시간대의 소비자심리지수는 11월에 3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조사 책임자 조앤 슈는 “소비 위축은 연령, 소득, 정치성향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자산관리의 리사 샬렛 최고투자책임자는 “소득 상위층과 하위층 간 격차가 커지며 노동시장 둔화에도 소비가 견조한 이유가 설명된다”고 말했다. 그는 “상위 40% 가구가 미국 부의 85%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 3분의 2가 주식시장과 직접 연결돼 있다”며 “지난 3년간 주식시장이 90% 이상 상승한 만큼, 소비를 이해하려면 노동시장보다 주식시장 방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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