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기술주 급락, 과열 경고등 켜졌다
대형주 쏠림이 변동성 키워 주가 수준은 여전히 매력적
지난주 아시아 기술주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경계감이 커졌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애널리스트들을 인용해 이번 하락이 급등했던 AI와 반도체 주식의 단기 과열 신호일 수 있다고 전했다.
월가 기술주 매도세가 촉발한 이번 하락은 4월 이후 가장 가파른 낙폭을 기록했다. 낮은 상승 여력과 개인 투자자 의존도, 연준 금리 인하 시점의 불확실성 등 잠재된 위험 요소들이 다시 부각됐다.
싱가포르 삭소 마켓츠의 샤루 차나나 투자 전략가는 “지난주 매도세는 아시아 시장 구조가 더 취약하다는 점을 상기시킨다”며 “추가 조정이 올 것이고, 그 원인은 고평가에 있다. 아시아 반도체 시장은 앞으로 변동성이 높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올해 아시아 기술 부문은 저렴한 밸류에이션과 중국 딥시크의 AI 돌파구가 촉발한 기대감에 힘입어 미국 기술주를 앞질렀다. MSCI 아시아 태평양 지수는 올해 24% 상승하며 S&P 500 지수를 1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어넘을 태세다.
하지만 이런 급등세는 과열 우려를 낳았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SK하이닉스 주가가 200% 넘게 치솟은 데 따른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높은 상승률은 지난주 급격한 반전의 배경이 됐다. MSCI 아시아 기술 지수는 지난 5일 장중 4.2%까지 하락하며 4월 미국 관세 충격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코스피는 최대 6.2% 폭락했고, 닛케이 225도 4.7% 급락했다. 엔비디아의 주요 공급업체인 SK하이닉스와 어드밴테스트 주가는 각각 약 10% 하락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아시아의 큰 손실이 역내 주요 지수에 기술 대기업 비중이 극도로 집중된 구조적 문제를 반영한다고 지적한다. 대만 반도체 제조사(TSMC)는 현재 타이베이 증시에서 40% 이상을 차지한다. 한국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의 약 30%를 차지한다.
일본도 상위 5개 종목이 닛케이 225 전체 가중치의 약 38%를 차지한다. 필립증권 일본의 다케히코 마스자와 주식 거래 책임자는 “AI나 반도체 붐에 문제가 생기면 닛케이가 즉시 폭락할 것”이라며 “조정과 변동성 심화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높은 참여도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김신 KB증권 전무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관망하는 가운데 높은 개인 및 국내 참여가 아시아 시장 전반의 변동성과 종목별 순환매를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달러화 강세는 아시아 반도체 기업들에 압력을 가하며 자금을 미국 자산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이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를 낮추면서 세계 증시 상승 동력도 약화되고 있다.
다만 모두가 이번 하락을 경고 신호로 보는 것은 아니다. NH투자증권의 한 주식 트레이더는 “단순한 차익 실현일 뿐 펀더멘털보다는 심리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많은 이들이 최소 한 번은 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폭락 이후에도 아시아 반도체 섹터의 밸류에이션은 비교적 매력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블룸버그 아시아 반도체 지수의 선행 주가수익비율은 약 18배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28배보다 훨씬 낮다.
M&G 인베스트먼트의 비카스 퍼샤드 아시아 주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우리는 지난 몇 주 동안 매도했다”며 “기대 수익률에 집중하며 지난달 해당 부분에서 차익을 실현했다. 아직 해당 부문 노출을 늘릴 시점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