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부동산은 더 이상 경제이슈가 아니다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부동산이슈는 현재로서는 내년 지방선거 승패에 영향을 끼칠 변수가 될 수 있다. 경제이슈가 선거의 승패 요인으로 등장하는 건 정도의 차이지 천고의 진리다.
문재인정부 때 27번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한 것이 정권을 보수진영에 넘겨준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란 분석이 많다. 지금의 부동산이슈의 기세를 보면 내년 지방선거를 좌우할 수 있는 규정력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이슈가 경제이슈의 성격을 넘어 이렇듯 뜨겁게 오랜 시간 정치적 공방의 소재로 기능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유튜브 사과의 기괴한 모습을 남기면서 퇴장한 전 국토교통부 차관은 “돈 모았다가 나중에 사라”면서 정작 자신은 30억원에 가까운 현금을 예금으로 보유하면서 갭 투자의 솜씨로 자신이 수억의 차익을 남기고 판 집에 전세로 눌러 앉는 고도의 테크닉을 보였다.
15억원 주택이 서민이 갖는 아파트 수준이라는 염장지르는 말을 한 여당의 국토위 간사 역시 민심과 동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6채를 합쳐봐야 8억5000억원 밖에 안된다는 야당 대표의 말은 또 어떤가.
부동산 논쟁 성난 민심 발화시킬 수도
서울 강남,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여의도, 목동, 분당 등 가파르게 상승하는 지역은 어느 덧 계급 피라미드의 상층을 차지하게 되었다. 20년 전에 장만한 아파트가 이렇게 된 것이니 그들 소유주는 아무 잘못이 없다. 투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갭투자를 한 사람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그들 역시 합법적 테두리내에서 자산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갭투자라는 한국만의 희귀한 방법을 동원했을 뿐이니까 말이다.
부동산 계급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정서상 감내할 정도의 특정 지역의 고가 아파트는 별로 부러움의 대상도, 질투의 기제로도 작동하지 않았다. 그런데 언젠가 강남 등 특정 지역의 부동산 가격과 여타 지역의 가격 차이는 계급 불평등을 떠올릴 정도의 계급과 신분 차이의 상징이 되어가는 부정적인 현상이 시대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어느 곳에 사느냐가 신분과 지위를 결정하는 추세로 굳어진다면 사회 통합과 삶의 질이 제고되는 사회를 상정할 수는 없다. 미국 유럽 일본 등도 어차피 특정 지역은 다 그런거 아니냐는 설명처럼 반역사적이고 몰상식한 얘기가 없다. 그 나라들의 경제와 인구 규모, 경제구조와 성장 배경의 차이를 무시한 지극히 평면적이고 단순한 설명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가서는 안된다. 하루하루 영위하는 삶에서 안분지족을 느끼고 평화를 느껴야 할 많은 시민들이 서민에도 못 끼는 ‘불가촉천민’(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의 발언)이 되어 가고 있는 현실에서 무슨 통합을 운위하는가. 인정할 수 있는 수준, 감정상 감내할 수 있는 정도의 격차여야 한다. 노력과 실력의 차이에 연유하지 않는 차이를 누가 받아들이겠는가.
이명박정부 때 늘어난 아파트 공급으로 박근혜정부는 정치적 혜택을 누렸다. 생각보다 이렇게 심한 격차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박근혜정부는 아파트 공급에 별 실적을 내지 못했다. 문재인정부 때 여러 번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한 가격을 잡지 못한 이유다. 그 후과를 문재인정부가 톡톡히 치렀다. 윤석열정부 역시 공급에 둔감했고 이재명정부를 맞았다. 당연히 부동산 가격은 상승했다. 보수정권 때 가격이 안정되고 진보정권 때마다 급등한다는 말은 사태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얘기다. 그러나 잘잘못을 따지면 무엇하랴.
최근의 부동산 논쟁은 아시아와 유럽 등에서 번지고 있는 Z세대의 노도와 같은 성난 민심으로 발화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대적 박탈감과 상실감을 관리하고, 공감하는 게 정치의 존재 이유이다.
부동산은 정치사회적 갈등 유발하는 이슈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을 안정시킨 ‘위대한’ 지도자로 남으려면 많은 ‘부동산 낙오자’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공감과 소통, 연대와 희망의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는 전문가를 기용해야 한다. 국민을 좌절과 박탈감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발언을 하거나 실제 국민의 평균이 넘는 고가의 자산을 가진 사람은 배제해야 한다.
고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게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이제 부동산은 경제이슈가 아닌 정치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이슈라는 사실을 강력하게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