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다음달 유동성 풀어주나

2025-11-11 13:00:03 게재

단기금리 요동치고 변동성 확대 … "자금난 닥칠 것" 경고 목소리 커져

워싱턴 D.C에 위치한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건물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다시 돈을 시장에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무부의 현금 계좌가 커지고, 양적긴축(QT·Quantitative Tightening)으로 유동성이 줄면서 단기자금시장이 빠르게 말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6~7일(현지시간) 언헤지드(Unhedged) 블로그에 따르면, 전 연준 거래실 출신 조셉 왕(Joseph Wang)과 전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 비토르 콘스탄시우(Vitor Constancio)는 “연준이 단기금리 통제력을 잃지 않으려면 유동성을 다시 공급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현재 미국 재무부의 일반계정(TGA) 잔고는 약 1조달러 수준으로, 2021년 이후 최대치다. 왕은 “정부가 대규모 재정적자를 단기 국채(트레저리빌) 발행으로 메우고 있어, 연준이 관리하는 재무부 계좌에 현금이 쌓이는 구조”라며 “이 돈이 연준 계좌로 흡수되면서 시중 유동성이 빠르게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정부가 빚을 내기 위해 시장에서 돈을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금융기관이 쓸 수 있는 현금이 모자라진 것이다.

이 여파로 단기금리들이 들썩이고 있다. 특히 ‘SOFR(담보부 초단기 금리)’은 연준이 설정한 목표 금리를 넘어서며 불안정한 흐름을 보였다. 콘스탄시우 전 부총재는 “단기금리가 오르고 변동성이 커지면, 차익거래(베이시스 거래)를 하는 헤지펀드들이 마진콜(추가증거금 요구)을 맞고 채권을 팔게 된다”며 “이 경우 단기자금시장이 얼어붙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베이시스 거래란, 헤지펀드가 미 국채를 현물로 사면서 동시에 같은 금액의 선물을 파는 방식이다. 현물과 선물 가격 차이를 노려 수익을 얻지만, 거래 자금 대부분을 초단기 대출(레포·Repo)로 조달하기 때문에 금리가 조금만 흔들려도 손실이 커진다. 2019년과 2020년에도 이런 거래가 무너져 연준이 급히 개입한 바 있다. 당시 연준은 하루 단위로 1조달러까지의 레포 자금을 공급했고, 단기 국채를 대량 매입해 시장을 안정시켰다.

현재도 비슷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연준은 상설레포기구(SRF)를 통해 금융기관에 단기 자금을 빌려주고 있지만, 지난달 말에는 이용 규모가 500억달러를 넘어 시장 불안이 심상치 않음을 보여줬다. 콘스탄시우 전 부총재는 “SRF는 일시적 완충장치에 불과하다”며 “연준이 필요할 경우 단기 국채를 직접 사들여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연준 내부에서는 이 방안을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FT는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일부 이사진이 ‘사실상 양적완화(QE)로 비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연준이 결국 유동성 공급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콘스탄시우 전 부총재도 “SOFR이 높은 수준에서 불안정하게 유지된다면, 연준은 어떤 형태로든 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셉 왕은 연준이 올해 안에 약 3000억~5000억달러 규모의 단기자산을 매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연준의 대차대조표가 커지는 것은 자산가격을 지탱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단기금리 통제를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연준이 돈을 더 푼다는 인식이 퍼지면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커질 수 있다”는 경계도 나온다.

결국 연준은 인플레이션 억제와 금융시장 안정을 동시에 잡아야 하는 딜레마에 놓였다. 콘스탄시우 전 부총재는 “양적긴축을 서둘러 끝내고, 단기자금시장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2019년이나 2020년과 같은 자금 경색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양현승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