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자금이 일본 주식으로 몰린다

2025-11-11 13:00:04 게재

닛케이, S&P의 두배 수익

기술주·인공지능 테마 집중

미국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 시장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2022년 10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투자자들이 일본 기술주와 AI 관련 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미국보다 일본 증시 수익률이 훨씬 높기 때문이라는 게 골드만삭스의 분석이다.

골드만삭스의 일본 담당 수석 주식 전략가 브루스 커크는 “미국 자금 유입 속도가 아베노믹스 이후 가장 빠르다”고 말했다. 미국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 투자가 2022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자금 유입은 올해 달러 기준 일본 주식의 강세를 반영한다. 엔화는 2.5% 상승했고 사나에 다카이치 총리의 경기 부양 정책에 힘입어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닛케이 225 지수는 올해 달러 기준 약 30% 상승했다. 이는 S&P500 지수 상승률 14%를 크게 앞지르는 것이다.

미국 자금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면서 일본 증시 판도가 바뀔 조짐이다. 또한 그동안 주도권을 잡았던 가치주에서 성장주로 무게중심도 옮겨갈 것으로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일본 증시는 정부의 투자 친화적 정책 덕분에 가치주는 2021년 이후 4년 연속 성장주를 앞섰었다.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10일 첫 경기 부양책을 꺼내 들었다.

총리 직속 경제전략 패널은 반도체, 인공지능(AI), 조선업, 방위산업, 핵심 광물 등 17개 분야를 중점 투자 대상으로 제시했다. 공급망 강화, 스타트업 육성, 금융을 통한 성장 촉진, 임금 인상 지원 등을 담은 종합 패키지다.

동시에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은행(BOJ)에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다. 임금 주도형 인플레이션으로 2% 물가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BOJ 이사회가 금리 인상 시점을 논의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중앙은행 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결국 다카이치 총리의 의도는 공격적인 재정 정책으로 성장을 밀어붙이고, 통화 정책은 이를 뒷받침하는 역할에 머물게 하려는 것이다.

커크 주식전략가는 지난 6일 인터뷰에서 “더 많은 미국 투자자들이 들어오고 있고, 이들이 기술과 AI 테마에 집중하는 건 매우 의미 있는 변화”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 보유 비중이 아베노믹스 전성기와 비교해도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봤다. 추가 매수 여력이 충분해 외국 자금 유입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수요가 이런 흐름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본거래소그룹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10월 마지막 2주 동안 현물과 선물 시장에서 3840억엔(약 3조6000억원)어치 일본 주식을 순매수했다.

다만 닛케이가 10월 말 과열 국면에 진입한 만큼, 단기 조정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커크의 견해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 주 만에 코스피에서 7조원 넘게 빠져나갔다. 주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3~7일)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액은 7조2640억원을 기록했다. 종전 최대 기록은 2021년 8월 둘째 주(9~13일)의 7조454억원이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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