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맞는 학교, 어떻게 골라야 할까
<안양권 일반고교 선택 가이드>
나에게 맞는 학교, 어떻게 골라야 할까
12월 5일부터 11일까지 원서접수… 2026년 1월 23일 배정학교 발표
수능이 끝나고 기말고사까지 마무리되면, 중3 학생들에게는 본격적인 고교 입시 시즌이 다가온다. 바로 일반계 고등학교 원서 접수다. 안양권 일반고는 올해 12월 5일부터 11일까지 원서를 접수하며, 배정 학교는 내년 1월 23일에 발표된다. 이미 목표 학교를 정한 학생도 있지만, 여전히 어떤 학교를 1순위로 정할지 고민하는 학생과 학부모들도 많다. ‘이름값 있는 학교가 좋을까, 가까운 학교가 좋을까?’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갈팡질팡하는 이들을 위해 선배 학부모들의 조언을 들어봤다.
교육과정과 특색 프로그램 꼼꼼히 확인
2025학년도부터는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학생 스스로 과목을 선택해 배우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제는 단순히 ‘성적이 좋은 학교’보다 ‘내 진로에 맞는 과목이 열려 있는 학교’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평촌동의 학부모 이현주(52) 씨는 “학교마다 진로 선택 과목 구성이 정말 달라요. 아이가 인문계열을 희망하면 사회·언어 관련 과목이, 자연계라면 과학 심화나 수학 과목이 얼마나 다양하게 개설되어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학교알리미나 학교 홈페이지에서 교육과정 편제표를 비교해보면 같은 일반고라도 과목 수와 선택 폭이 차이 난다”며 “학교별 특색 프로그램, 탐구활동, 진로 맞춤형 동아리도 함께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특히 안양권 내 일부 학교는 예체능, 융합과학, 인공지능(AI) 등 신흥 전공과 연계한 과목을 확대 개설해 학생들의 선택 폭을 넓히고 있다. 진로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학생이라면 다양한 분야를 고르게 배울 수 있는 학교를 고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통학 거리, 생각보다 중요한 현실적 요소
고교는 초·중학교와 달리 근거리 배정이 아니다. 안양학군 내 여러 일반고 중 지원 순위를 정해야 하다 보니, 통학 거리와 교통편은 선택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평촌동의 김민정(54) 씨는 “큰아이는 학교 이름만 보고 먼 학교를 선택했다가 매일 버스를 두 번 갈아타며 다녔어요. 새벽에 일어나고 늦게 귀가하니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하더군요. 둘째는 무조건 가까운 학교를 1순위로 정했습니다”라고 말했다.
통학 시간이 길면 학습 리듬이 깨지고, 방과 후 학원 일정이나 자기주도학습에도 영향을 준다. 관양동의 배은수(49) 씨는 “학교가 가까우니 아이가 아침에 여유롭게 등교하고, 급한 일이 있을 때도 바로 다녀올 수 있어 부모 입장에서도 안심이 된다”고 전했다.
특히 안양권은 평촌·비산·관양·호계 등 생활권에 따라 교통 접근성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실제 통학 동선을 미리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단순히 지도상 거리보다 버스 노선, 정류장 위치, 등교 시간대 소요 시간을 따져보면 예상치 못한 차이를 알 수 있다.
내신 유불리보다 ‘면학 분위기’를 주목하라
대입에서 내신 성적의 비중이 커지면서, 많은 학부모가 “내신 따기 쉬운 학교가 어딜까”를 고민한다. 그러나 안양권 일반고 간 내신 유불리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게 다수의 중론이다.
귀인동의 이민옥(51) 씨는 “오히려 공부 분위기가 좋은 학교에서 자극을 받는 게 훨씬 도움이 됩니다.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이 성실하면 자연스레 공부 흐름이 생기더라고요”라며 “교사와 학생 관계, 자율학습 분위기, 진학 상담 시스템 같은 것을 살펴보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또한 학교마다 운영하는 학습 프로그램도 면학 분위기에 큰 영향을 준다. 독서 활동, 탐구 보고서, 교과연계 동아리 등이 활발한 학교는 학생 스스로 공부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실제로 내신은 상위권 몇 퍼센트 안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만, 꾸준한 학습 습관과 교사 피드백이 뒷받침되는 학교에서는 만족도가 높다는 후기가 많다.
친구 따라 학교 선택, 적응에 도움 되기도
내성적이거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이 느린 학생이라면, 중학교 친구들과 같은 학교로 진학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호계동 학부모 신현정(48) 씨는 “우리 아이는 친구 사귀는 걸 힘들어했어요. 다행히 중학교 친구 몇 명이 같은 학교를 지원해 초반 적응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요즘은 학교 폭력이나 부적응으로 자퇴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잖아요. 성적도 중요하지만 학교생활을 즐겁게 보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같이 다니는 친구가 있으면 학교생활의 긴장감이 줄고, 낯선 환경에 대한 부담이 완화된다. 다만 친구를 따라 무작정 지원하기보다는 본인의 진로와 학교 특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한다.
이름값보다 ‘나에게 맞는 학교’가 정답
결국 고등학교 선택의 핵심은 ‘학교 이름’이 아니라 ‘학생의 성향과 적합도’다.
진로가 뚜렷한 학생은 과목 선택 폭이 넓은 학교를, 학습 의지가 강한 학생은 면학 분위기가 좋은 학교를, 교우 관계가 중요한 학생은 친구가 많은 학교를 선택하는 식으로 기준을 세우면 된다.
평촌 지역의 한 학부모는 “좋은 학교란 결국 아이가 웃으면서 다닐 수 있는 학교예요. 매일 아침 학교 가기 싫지 않은 곳이라면 이미 절반은 성공한 거죠”라고 말했다.
안양권 고교 지원을 앞둔 지금,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에게 맞는 학교’다. 교육과정, 거리, 분위기, 친구 관계, 이 네 가지 기준을 균형 있게 고려한다면 후회 없는 선택이 되지 않을까?
신현주 리포터 nashur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