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뜨거웠던 암호화폐 투자 ‘붕괴’

2025-11-12 13:00:01 게재

비트코인 등 매도세에 ‘암호화폐 비축 기업’ 직격탄 … 200일선 붕괴 후폭풍

비트코인 열풍에 올라탄 기업들의 추락이 시작됐다. 회사 자금을 암호화폐로 바꾼 ‘암호화폐 재무 비축 기업’들이 투자 매력을 잃으며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혁신적 전략으로 찬사받던 이들의 도박이 이제는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9일(현지시간) 지적했다.

이들 기업은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투자를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인식되며 투자자들의 주가 매수세를 이끌었다. 마이클 세일러가 2020년 마이크로스트래티지를 비트코인 거물인 ‘스트래티지(MSTR)’로 변모시킨 것이 이 투자의 시초다.

스트래티지는 지난 7월 정점에서 약 1280억달러의 가치였으나, 현재는 약 700억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다. 저명한 벤처 투자가 피터 틸을 비롯해 다수의 투자자가 타격을 입었다.

회의론자들은 이들 기업이 보유 토큰의 내재 가치보다 높은 프리미엄에 거래된다는 점을 들어 급락을 예상해 왔다. 스펙트라 마켓츠의 브렌트 도넬리 사장은 “1달러짜리 지폐에 2달러를 지불하는 것과 같으며, 결국 프리미엄은 압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와중에도 세일러는 비트코인이 ‘할인 판매 중’이라면서 특유의 낙관론을 유지했다.

코인케코 데이터에 따르면 암호화폐 시장의 총 시가총액은 10월 6일 4조400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이후 20% 하락했다. 그럼에도 올해 전체로는 2.5% 소폭 상승 중이다.

이러한 침체는 사상 최고치 기록 불과 며칠 만에 약 190억달러의 차입투자 물량이 갑자기 청산되면서 하락세를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비트코인은 7일 기준 2022년 약세장 이후 중요 지지선이었던 20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하락하기도 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한 달간 15% 하락했다. 스트래티지 주가는 26% 하락했으며, 스트래티지 두 배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ETF(MSTU)는 50% 급락했다. 매튜 터틀은 암호화폐 재무 비축 기업은 차입투자된 암호화폐 자산이므로, 암호화폐가 하락하면 더 크게 하락한다“고 설명했다.

이더리움 국고 기업인 비트마인 이머전 테크놀로지스(BMNR) 주가도 한 달간 30% 이상 하락했다.

헤지펀드 청산 후 개인 자산을 운용하는 짐 채노스는 그동안 스트래티지를 공매도하고 비트코인을 매수해 왔으나, 주가가 지나치게 높은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해 최근 이 거래를 청산할 때라고 고객들에게 전했다. 그는 "공매도와 매수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매수를 위해 자금을 조달한 기업들은 보유 토큰 가치만 유지된다면 단기 위기는 피할 수 있다. 일부는 낮은 가격에 추가 매수하거나 경쟁사를 인수할 현금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손실에 직면한 기업들은 추가 암호화폐 매수를 위한 신주 발행이 어려워지면서 암호화폐 가격에 압력을 가하고 사업 모델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스트라이브(ASST)의 맷 콜 CEO는 많은 기업이 곤경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투자 손실을 기록하고도 이더리움 국고 기업 비트마인 이머전 테크놀로지스에 대한 지분을 늘리고 있는 투자자 콜 그린데의 사례도 있다. 그는 톰 리의 영향력과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인기를 확신의 근거로 들었다.

한편, 국내 투자자들의 투심이 몰렸던 써클 인터넷 그룹(CRCL)은 2025년 6월 나스닥 상장 직후 주가가 공모가 31달러 대비 860% 이상 폭등하여 298.99달러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급격히 하락했다. 상장 후 첫 분기 4억8200만달러의 순손실(주로 상장 비용)과 미국 내 경쟁 심화 논란이 주가 급락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우울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블룸버그는 안정화의 조짐을 전하고 있다. 6거래일 연속 순유출 이후 미국 현물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ETF는 2억5300만달러의 자금 유입을 기록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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