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대부’ 얀 르쿤, 메타 떠나 스타트업 준비
‘초지능’ 지향 메타와 결별 ‘세계 모델’ 기반 독자 노선
인공지능(AI)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얀 르쿤 미국 뉴욕대 교수가 메타를 떠나 독자적인 스타트업을 설립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1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르쿤 교수가 최근 측근들에게 회사를 떠나 새로운 AI 연구 회사를 차릴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르쿤 교수는 지난 2013년부터 메타에서 ‘최고 AI 과학자(Chief AI Scientist)’ 직함을 갖고 기초인공지능연구소(FAIR)를 이끌어왔다. 그는 현재 신생 회사의 초기 자금 유치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메타와 르쿤 교수 모두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공교롭게도 르쿤의 이탈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최근 회사의 AI 전략을 범용인공지능(AGI)을 넘어 ‘초지능(Superintelligence)’ 개발로 급진적으로 전환한 시점과 맞물린다. 메타는 지난 6월 AI 스타트업 스케일AI에 143억달러를 투자하고, 28세 창업자인 알렉산더 왕을 최고AI책임자(CAIO)로 영입해 ‘메타초지능연구소(MSL)’를 출범시켰다. 이후 FAIR 등 기존 조직은 왕 책임자에게 보고 체계가 편입됐다.
하지만 르쿤 교수는 메타의 이런 방향성과 결이 다르다. 그는 인간처럼 추론하고 계획하는 AI는 대형언어모델(LLM)로는 구현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LLM이 본질적으로 다음 단어를 예측하는 기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신 그는 AI가 세상을 관찰하고 학습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세계 모델(World Model)’이라는 개념을 주창해왔다. 이번에 설립될 스타트업도 이 개념을 실제 구현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르쿤은 AI 분야 3대 석학 중 한 명으로 토론토대 제프리 힌턴, 몬트리올대 요수아 벤지오 교수와 함께 ‘AI의 대부’(Godfathers of AI)로 불린다. 세 사람은 2018년 컴퓨터 과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튜링상을 공동 수상한 바 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