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엔비디아 58억달러 전량 매각”

2025-11-12 13:00:03 게재

월가 경고 뒤 전량 매각해

AI 거품론 시장충격파 확산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이 보유한 엔비디아 지분 58억달러 전량을 매각하면서 시장에 충격파가 번지고 있다. 월스트리트 주요 은행장들과 유명 공매도 투자자들의 경고에 이어 이뤄진 이번 매각은 인공지능 열풍이 이미 정점을 찍었을지 모른다는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11일(현지시간) 분기 실적 발표에서 지난 10월 보유하던 엔비디아 주식 3210만주를 전부 처분했다고 밝혔다. 손정의 최고경영자(CEO)가 오픈AI 창립자 샘 올트먼과 함께 추진하는 대규모 AI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매각 대금은 미국 데이터센터 확장을 위한 5000억달러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와 오픈AI에 약정한 최대 400억달러 투자 등에 쓰일 예정이다. 다만 오픈AI 투자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문제는 매각 시점이다. 일각에서는 AI 기업들의 시장 가치가 실제 가치를 넘어섰을 수 있다는 의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개장 초 2% 이상 떨어지며 S&P 500 지수를 끌어내렸다. 여기에 AI 클라우드 업체 코어위브가 계약 지연으로 매출 전망치를 낮추면서 주가가 9% 급락한 것도 불안감을 더했다.

AI 거품론은 최근 몇 주 사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의 CEO들이 주식시장 하락 가능성을 경고했고,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부동산 시장 붕괴를 예견해 큰 수익을 올렸던 헤지펀드 매니저 마이클 버리가 엔비디아와 팔란티어에 공매도 포지션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로이터는 이날 여러 애널리스트를 인용해 이번 매각이 의미심장하다고 전했다. 기술 분야에서 가장 과감한 투자자로 꼽히는 손 CEO조차 엔비디아의 3년간 1200% 급등세가 꺾일 것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시가총액 5조달러를 돌파한 첫 기업이 됐다.

하지만 다른 해석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소프트뱅크의 엔비디아 투자 이력을 보면 매매 타이밍이 그리 좋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한 추산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2019년 AI 붐이 시작되기 전 엔비디아 주식을 팔아치웠다가 1000억달러가 넘는 상승장을 놓쳤고, 이후 다시 주식을 사들이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캔터 피츠제럴드의 수석 전무이사를 인용, “매도 시점을 잘 잡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단순히 다른 곳에 베팅하기 위해 자금을 재배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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