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고사장 폭파 협박 대비 총력
교육부·경찰청, 합동회의 열고 시나리오 마련…논술·면접 예정 대학도 대책 마련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교육당국과 경찰이 고사장 등을 대상으로 폭발물 협박 가능성이 긴장하고 있다. 최근 학교를 대상으로 한 폭파 협박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어, 자칫 시험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폭발물 협박 대처 요령 등이 담긴 ‘수능일 주요 상황별 대처 요령 시나리오’를 작성해 전국 시도교육청에 전달했다. 이는 추석 연휴께부터 교육부와 경찰 등이 2차례 이상 회의를 열고 논의한 결과물로 알려졌다.
시나리오에 따르면 수능 고사장으로 쓰이는 학교를 상대로 폭발물 협박이 발생할 경우, 고사장 책임자가 즉시 경찰과 교육청에 상황을 알리고 시험 중단과 수험생 대피 여부 등을 협의해 결정하게 된다.
경찰 역시 범행 유형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본 변호사 사칭’ 사례를 교육 당국에 공유하는 등 관련 정보를 안내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능 고사장 등을 대상으로 한 폭발물 설치 협박이 잇따르는 것과 관련해 관계기관과 여러 차례 협의하고 예방 및 대비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방범죄 우려와 효과적 대응 등을 고려해 세부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2023년 이후 잠잠했던 허위 폭파 협박은 올해 8월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10월 14일까지 신고된 폭발물 협박 글은 99건에 달했다. 특히 협박 대상이 학교인 사례가 36건이나 됐다.
실제로 최근 학교를 대상으로 한 폭발물 협박 사례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 10일 오전 대구의 한 고등학교에 사제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곧바로 특공대 등을 현장에 투입해 폭발물 수색을 벌였지만 특이 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학교측은 안전을 고려해 등교한 학생 1200여명을 귀가시켰다. 다만 해당 학교는 수능 시험장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9일 오후 서울 성동경찰서로부터 해당 내용을 담은 글이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왔다는 사실을 전달받은 평창서는 경찰특공대와 폭발물 탐지견 등을 학교 현장으로 급파했다.
조사 결과 특이 사항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사건이 휴일에 발생한 덕분에 학생들이 대피하는 소동도 벌어지지 않았다. 경찰은 인터넷프로토콜(IP) 추적 등을 통해 협박 글 게시자를 찾고 있다.
지난달 13일에는 인천 한 고등학교에 폭발물을 설치하겠다는 협박 글이 소방 당국에 접수돼 경찰이 공동 대응에 나섰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신원을 알 수 없는 게시자는 “오전 11시에 학교에 찾아가서 칼부림한 뒤 폭발물을 설치해 폭파하겠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소방 당국으로부터 공동 대응을 요청받아 현장에 출동했으며 학교측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임시 휴업을 결정했다.
지난 8월 서울에서도 중학교 세 군데, 고교 일곱 군데서 폭발물 설치 협박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학교는 신고 후 학생들을 운동장으로 긴급 대피시키거나 귀가 조치했다.
한편, 수능 이후 교내에서 논술·면접 고사를 실시해야 하는 대학들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앞서 폭파 협박을 받았던 고려대는 경찰 협조를 구해 순찰을 강화하고, 학교 자체적으로도 교내 2700여대의 폐쇄회로(CC)TV로 실시간 감시할 예정이다. 고려대 관계자는 “수시 논술전형 때 2만명 이상이 학교를 찾을 전망”이라며 “교통과 인파 관리에 중점을 두고, 폭파 협박 범행도 주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강대는 지진이나 화재 등 천재지변 대응 매뉴얼에 준하는 수준으로 폭파 협박 위기 대응 매뉴얼을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대와 경희대는 관내 경찰·소방에 수시면접 당일 범죄 대응 등 위기관리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