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 “생산라인의 국적이 곧 경쟁력”

2025-11-13 13:00:04 게재

미국시장 경쟁, 현지생산으로 관세 회피 … 해외조립·수입 비중에 따라 희비 엇갈려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생산라인의 국적이 곧 경쟁력’인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별로 자동차 관세를 차등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 내 생산비중이 높은 완성차업체가 수익과 시장점유율을 가르는 핵심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생산비중 테슬라 100%·포드 77% = 13일 이코노미스트와 바클레이스가 공개한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기업별 생산지’(2024년 1~9월 기준) 자료에 따르면 기업별 희비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테슬라는 판매차량의 100%를 미국 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와 텍사스 오스틴 공장에서 완성차를 조립한다. 전기차 시대를 맞아 테슬라는 생산지 이전보다 배터리 공급망 내재화에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관세보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제 혜택이 실질적 호재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미국산 전기차에 대한 IRA 요건을 완벽히 충족하기 때문에 정부 보조금을 온전히 받을 수 있다.

포드는 자사 판매 차량의 약 77%를 미국 내에서 조립한다. 포드의 대표 차종인 F-150 픽업과 익스플로러 SUV는 모두 미시간과 켄터키 공장에서 생산된다.

부품 공급망도 탄탄해 관세 노출이 가장 낮은 브랜드로 꼽힌다. 포드는 멕시코·캐나다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량이 21%, 기타지역에서 수입하는 차량은 2%에 불과해 테슬라에 이어 가장 큰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미국 브랜드인 GM은 미국내 생산공장(미시간 오하이오 인디아나 택사스 미주리)에서 52%를 생산한다. 이어 멕시코·캐나다 공장에서 30%, 기타 지역에서 18% 수입하고 있다. 1~3분기 미국시장에서만 214만875대를 판매하며 1위자리를 지켰지만 관세 적용 측면에선 포드보다 불리한 셈이다.

스텔란티스(옛 피아트크라이슬러)는 지프와 RAM 트럭을 미국에서 조립하지만, 전체 판매차량 중 미국내 생산비중은 57%에 그치고 있다. 소형 SUV와 일부 모델은 멕시코 생산 비중이 높다.

◆멕시코·캐나다 생산차량도 무관세 혜택 까다로워 =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생산된 차량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과 연관돼 있다. 이 협정에 따라 멕시코·캐나다에서 생산된 자동차가 ‘무관세(0%)’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엄격한 원산지요건(ROO)을 충족해야 한다.

즉 △역내가치비율(완성차 한 대를 만들 때 들어가는 부품·소재·노동·조립 중 북미에서 발생한 비중이 일정 수준 이상) △핵심부품(엔진 변속기 차체 섀시 서스펜션 구동축 배터리 )의 70% 이상이 북미산 △노동가치비율 등을 맞춰야 한다.

노동가치비율은 완성차의 제조비용 중 일정 부분이 시간당 16달러 이상을 받는 노동자가 일한 북미내 공장에서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생산된 차량이라도 USMCA 비준수 차량에는 최대 25%의 관세가 부과된다.

베이커연구소는 “미국산 부품 비율이 40% 이상인 차량은 실질 세율이 약 15% 수준이지만, 규정을 충족하지 못하면 30%로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구조를 고려하면 GM은 대형 SUV와 픽업 중심으로 미국 내 생산이 많지만, 소형차와 전기차의 해외 조립 비중이 커 관세 부담을 완전히 피하기 어렵다.

도요타와 혼다, 닛산 등 일본기업은 미국기업을 제외하곤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도요타는 미국 10개 제조공장(합작 포함 11개)을 바탕으로 약 48%를 현지 조립하며, 미국 판매의 절반가량을 자체 생산으로 충당한다. 멕시코·캐나다공장에서 미국으로 들여오는 차량 비중은 27%이고, 기타지역 25%인 구조다.

혼다는 2024년 미국시장에서 판매한 차량 142만대 중 84.5%인 120만대를 미국 현지공장(오하이오 앨라배마 인디아나)에서 생산했다. 올 1~3분에는 미국시장에서 109만7999대를 판매했다.

닛산은 약 52%가 미국 조립으로 비교적 방어적이다. 다만 하이브리드·전기차 신모델이 주로 일본에서 수입되는 구조여서 추가 비용부담이 예상된다.

BMW는 약 50%가 미국 생산분이다. BMW는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에서 SUV를 생산하지만, 절반 가까이는 여전히 유럽 등지에서 수입한다. 고율 관세가 유지될 경우 세단 중심 포트폴리오에 부담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은 미국 현지생산 비중이 21%에 불과하다, 멕시코·캐나다 비중이 43%로 가장 높고, 기타 지역은 36%다.

◆도요타 48% vs 현대차 33% = 현대차·기아의 미국 내 현지생산 비중은 33%, 멕시코공장 8%, 기타(한국공장) 59%다. 다만 멕시코에서 생산한 차량까지 포함하면 미국 현지 생산비중이 41% 수준으로 올라간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현지공장 생산규모는 현대차 36만대, 기아 34만대,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30만대로 총 100만대에 이른다. 하지만 2024년 기준으로는 미국에서 판매한 총 171만대 차량 중 71만대를 현지에서 생산했다.

이런 구조를 고려하면 현대차·기아는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업계보다 관세적용 면에서 불리한 상황에 처해있다.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 혜택을 받아왔으나 트럼프 행정부 들어 수입차에 대한 25% 관세 적용을 받고 있다. 한미 양국정부가 관세를 15%로 인하하는데 합의했으나 최종 협정문에 서명하지 않아 아직 25% 관세 대상이다. 현대차·기아는 관세부과 부문을 차량 가격에 전가하지 않고 회사측이 전액 떠안고 있다. 이에 미국시장에서 수익은 악화됐지만 판매는 오히려 증가하며 선전하고 있다.

◆“막대한 이전비용이 역풍으로 작용” 우려 = 이코노미스트는 “관세 유예를 얻은 미국 완성차 업계가 여전히 생산지 재편이라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를 계속 적용하겠다고 밝히면서 각 업체는 생산라인의 국적이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를 맞이했다는입장이다.

TD 뱅크는 미국으로 생산라인을 되돌릴 경우 드는 비용이 약 500억달러(약 72조8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막대한 이전비용이 자동차 산업 전반에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관세가 유지되도 모든 제조사가 생산거점을 옮기기엔 현실적 제약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재호 양현승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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