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와 결별이 엔비디아에는 오히려 호재

2025-11-13 13:00:30 게재

FT “AI 투자 자금은 순환 구조”…엔비디아 최고 수혜

일본 소프트뱅크가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지분을 전량 매각했지만, 시장은 이를 악재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AI 산업 내 자금 순환 구조를 감안할 때 엔비디아가 다시 그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 렉스(Lex) 칼럼은 12일(현지시간) “소프트뱅크가 보유하던 엔비디아 지분을 58억달러에 모두 매각했지만, 이는 엔비디아에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AI 산업의 자금 흐름이 결국 다시 엔비디아로 돌아오는 ‘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FT는 “AI의 마법 같은 수학 덕분에 엔비디아는 한쪽 손에서 잃은 것을 다른 쪽 손에서 되찾을 수 있다”고 표현했다. 소프트뱅크가 엔비디아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58억달러를 AI 스타트업이나 데이터센터 기업에 재투자할 경우, 그 자금은 다시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 수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소프트뱅크는 이미 오픈AI, 앤트로픽 등 여러 AI 기업에 투자해왔으며, 이번 매각으로 마련한 현금을 추가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FT는 “소프트뱅크가 확보한 자금이 AI 생태계 전반에 재투자된다면, 이는 엔비디아 반도체의 실질적 수요 확대를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칼럼은 “엔비디아의 연간 매출 추정치 대비 주가수익비율이 약 20배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58억달러 규모의 신규 매출만 발생해도 약 1200억달러의 기업가치가 추가될 수 있다”고 전했다. 즉, 소프트뱅크의 투자 재활용이 엔비디아 주가에 간접적 상승 효과를 주는 셈이다. 또한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늘수록 시장의 기대와 밸류에이션이 함께 상승해, 엔비디아의 고평가 구조가 더욱 견고해질 가능성이 크다.

FT는 “설사 그 돈의 일부만 엔비디아에 직접 돌아오더라도 젠슨 황은 여전히 승리자”라며 “AI 투자 열풍이 유지되는 한, 엔비디아는 생태계 중심에서 이익을 얻는 구조”라고 했다.

다만 FT는 “이 모든 가정은 소프트뱅크가 실제로 AI 산업에 신규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는 전제에 달려 있다”며 “만약 투자자들이 자금 이동을 단순한 포트폴리오 재조정으로 본다면, 시장은 오히려 실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AI 생태계는 자금이 돌고 도는 순환 시장이다. 소프트뱅크가 매각 자금을 다시 AI 기업에 투입하면, 그 투자가 다시 엔비디아 반도체 수요를 자극하고, 반도체 수요 증가는 다시 AI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FT는 “지금으로서는 엔비디아가 이 ‘돈이 도는 시장 구조’가 계속 유지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FT는 이번 매각이 엔비디아에 대한 신뢰 저하나 투자 축소의 신호가 아니라, AI 산업 내 자금의 순환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AI 붐의 중심에는 여전히 엔비디아가 있다”는 점에서, 소프트뱅크의 결별은 단절이 아닌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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