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경쟁, 칩보다 전력이 핵심…중국 우위
전력가격이 AI 가동성 좌우
중, 재생에너지 확충·지원
미중 인공지능 경쟁의 핵심이 첨단 반도체에서 전력 확보로 옮겨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현지시간) AI 데이터센터 가동에 필요한 전력 확보가 기술 개발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는 중국이 AI 경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AI 개발이 첨단 칩 확보에서 전력 공급 확보로 업계 관심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FT는 로드아일랜드대, 튀니스대, 프로비던스칼리지 연구 보고서를 인용해 GPT-4 모델은 연간 최대 46만3269메가와트시(MWh)의 전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3만5000가구의 연간 에너지 소비량보다 많은 수치다. 리스타드에너지는 데이터센터의 전 세계 전력 사용량이 2030년까지 두 배 이상 증가해 2040년에는 약 1800테라와트시(TWh)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력 가격과 가용성이 AI 발전 속도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될 상황에서 중국이 이미 유리한 출발선에 서 있다고 FT는 전한다. 중국은 지난해 기록적인 양의 재생에너지 설비를 추가했다. 태양광 발전량만 약 277기가와트(GW) 증가했고, 풍력은 약 80GW 늘어 총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은 356GW를 넘어섰다. 미국 전체 용량을 훨씬 능가하는 수치다.
중국 정부는 산업 정책을 국가 전력망 강화와 연계해 내몽골의 대규모 태양광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쓰촨성의 수력 발전을 확대하며, 더 저렴한 내륙 전기를 해안 수요 중심지로 이동시키기 위한 고전압 송전선을 건설하고 있다. 지방 당국은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같은 기업에 우대 전기 요금을 부여해 현지 AI 컴퓨팅을 촉진하고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도매 전기요금이 상승하고 있다. 현재 데이터센터 인근 지역의 가격은 5년 전보다 무려 267% 올랐다.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투자는 정책 변화와 규제 불확실성을 반영하며 올해 상반기 감소했다. 백악관도 풍력 및 태양광 발전 보조금을 종료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일부에서는 중국의 에너지 우위가 칩과 모델의 격차를 완전히 메울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엔비디아의 H100 및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는 메모리 대역폭과 성능 면에서 화웨이의 어센드 910B 같은 중국산 대안보다 여전히 앞서 있다.
그러나 칩 성능 향상률이 한 자릿수로 둔화된 반면, 중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매년 두 자릿수 비율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전기료 하락은 같은 예산으로 구매할 수 있는 컴퓨팅 양을 늘리고, 전력망 용량 확장은 모델을 더 자주, 더 긴 시간 동안 훈련할 수 있게 한다.
FT는 역사를 통틀어 모든 기술 강국은 저렴한 에너지를 기반으로 성장했다며 “이제 주도권은 AI 모델을 계속 가동할 수 있는 이들에게 주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