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10년물 장중 3.3%…환율 1475원 동반 급등

2025-11-13 13:00:18 게재

통화정책 불확실 속에 한은 총재 발언 촉매제

12월 중순까지 장기물 중심 추가 상승 전망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급등하며 10년물 금리는 3.30%까지 상승했다. 원달러환율은 7개월 만에 장중 1475원을 돌파했다. 시중금리가 상승한 가운데 이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은 채권 금리 추가 상승의 촉매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전문가들은 미 연준의 금리 결정까지 금리 동결에 대한 경계감 등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12월 중순까지 장기물 중심으로 금리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국채 금리와 환율 동반 급등 이유는 국내 통화정책 불확실성 확대와 미 연준의 금리정책 불확실성과 단기자금시장 경색, 일본 엔화 약세 등 대외적 요인이 결합됐다는 분석이다.

◆채권 금리 일제히 10bp 상승 =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1년물을 제외한 전 구간의 금리가 일제히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9.2bp(1bp=0.01%포인트) 오른 연 2.923%에 장을 마쳤다. 10년물 금리는 연 3.282%로 8.1bp 상승했다. 5년물과 2년물은 각각 9.7bp, 8.1bp 상승해 연 3.088%, 연 2.837%에 마감했다. 20년물은 연 3.275%로 7.0bp 올랐다. 30년물과 50년물은 각각 7.4bp, 7.1bp 상승해 연 3.200%, 연 3.049%를 기록했다.

국고채 금리 급등은 이 총재의 발언이 ‘트리거’(계기)가 됐다. 이 총재는 이날 핀테크 행사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 중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한은의 공식적인 통화정책 경로는 인하 사이클이지만, 11월 수정 경제전망 결과에 따라 경로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내놨다. 시장은 한은이 상향 조정 가능성이 있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비롯해 오는 27일 수정 경제전망을 토대로 통화 기조를 결정한다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질 것으로 인식해 이 총재의 발언을 매파적으로 받아들였다.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상황에서 통화정책 기조 전환에 대한 우려가 불거짐에 따라 발작(tantrum)에 가까운 투매가 이뤄졌다. 이후 기획재정부의 구두 개입, 한은 관계자의 진화성 발언이 이어짐에 따라 장 마감 무렵 가격 하락 폭이 일부 만회됐지만 불안한 시장 환경은 계속됐다.

◆국채 시장 외국인 자금이탈로 환율도 급등 =국내 금리 인하 사이클이 종료될 수 있다는 전망은 원달러환율에도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다.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 약화는 국채선물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매도세를 확대시켰고 이는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실제 이날 수급 여건은 금리 하락에 비우호적이었다. 외국인은 최근 4거래일간의 매수 우위 흐름을 끊고 3년 국채선물 1만4469계약을 순매도했다. 10년 국채선물도 3703계약 순매도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내 기준금리 동결 인식이 커지면서 외국인의 선물매도를 중심으로 수급 환경이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 또한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 약화는 국채 선물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매도세를 키웠고, 주식시장에서도 차익실현 차원에서 11월 들어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선물시장을 중심으로 매도세 강화된 것이 환율 상승을 촉발 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더욱이 외국인 국채선물 매도가 환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환율 상승이 다시 외국인 국채 선물매도를 유발시키는 악순환 현상마저 일부 현실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국채 금리와 환율이 동반 급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이유는 경제 펀더멘탈 리스크보다는 금리정책 전환 기대감에 따른 국채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탈이라는 자금 흐름 변화가 한 몫을 하고 있다.

◆엔화 약세·미국 금리정책 불확실, 단기자금시장 경색 = 원달러환율 상승의 또 다른 이유로는 엔와 약세, 미 연준의 금리정책 불확실성 그리고 미국 단기 자금시장 경색 등 세가지를 들 수 있다.

박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다카이치 신임 총리 체제가 들어선 이후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화되면서 엔화의 약세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엔 추가 약세 기대감이 팽배해 있음은 원화 약세 심리를 자극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 연준의 금리정책, 즉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 약화라는 시장의 불안감도 달러 강세 등을 통해 원화 약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 가장 중요한 원인은 미국 내 단기 자금시장 경색 현상 지속이다. 다행히 미 연방정부 셧다운이 13일(현지시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단기 유동성 경색, 즉 달러 유동성 부족 현상이 아직 충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미 연준이 단기 유동성을 공급하는 장치인 스탠딩 레포(Standing Repo Facility) 수요가 다시 늘어나고 있음이 단기 자금시장 경색 현상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한편 1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오전 10시 전일대비 3.3원 오른 1469.0원에 장을 출발한 원달러 환율은 오전 10시 30분 현재 1475.4원에서 거래 중이다. 환율이 1480원선까지 위협하며 금리인하는 더 멀어지고 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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