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모든 정쟁은 지방선거로 통한다

2025-11-14 13:00:00 게재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5개월여. 지금 대한민국 정치권은 전쟁 중이다. 여야 간 아귀다툼이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윤석열의 내란과 이재명정부 출범 후의 양상은 기존 상식을 뛰어넘는다. 여당은 제1야당을 향해 다시 ‘내란 프레임’을 덮어씌우고, 야당은 주권자의 선택을 받은 지 반년도 안된 대통령의 ‘탄핵’을 거론한다. 검찰의 대장동 재판 항소 포기는 여기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됐다.

여야의 이런 진흙탕 싸움 이면에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셈법들이 작동하고 있는 듯하다. 정치권의 물밑 관심은 온통 지방선거로 쏠려 있다는 얘기다. 하긴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 지방선거 패배는 상상도 하기 싫은 결과일 것이다. 그토록 경멸했던 내란세력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자 이재명정부가 딱 1년 만에 레임덕으로 접어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도 유의미한 성적을 거둬야 생존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그 절박감은 여권 못지않다.

‘명청 갈등’ ‘서울시장 경쟁’이 관전포인트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와 관련해 현 시점에서 눈여겨봐야 할 관전포인트는 두가지다. 하나는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권력 줄타기’, 그리고 또 하나는 서울시장 선거를 둘러싼 여야 또는 야당 내부의 갈등과 경쟁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공공연하게 ‘자기정치’를 해왔다. 이재명정부에 누(累)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중도층의 외면을 받을 거라는 비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제1야당과는 악수도 않겠다고 했고, 사법부 독립 침해 우려에도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했다. 정 대표의 지향점은 분명했다. 강성당원의 지지에 힘입어 당 대표에 재선되고 이후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것, 말하자면 ‘제2의 이재명’의 길을 가겠다는 거였다.

항간에 ‘명(明)나라를 무너뜨린 청(淸)나라’라는 식의 아슬아슬한 우스개소리가 나돌았지만 정 대표는 폭주를 멈추지 않았다. 그랬던 정 대표가 최근 재판중지법 추진 의사를 밝혔다가 “대통령을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라”는 대통령실의 공개 경고를 받고 납작 엎드렸다. 취임 100일을 맞이하고도 그 흔한 기자회견조차 갖지 않았다. 하지만 정 대표의 그런 행보 자체가 권력 내부의 긴장관계를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이재명당’을 곧바로 ‘정청래당’으로 바꾸려는 정 대표의 행보에 상당히 불쾌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향후 지방선거 과정에 이 대통령의 입김이 더 세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 권력 입장에서는 선거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의 권력누수를 허용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선거를 둘러싼 여야의 기싸움이 시작된 지는 꽤 오래됐다. 서울 종묘(宗廟) 앞 고층건물 건축 허용을 둘러싼 ‘종묘대전’, 명태균씨의 폭로를 활용한 여당의 거친 공세는 ‘지방선거용’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민주당이 이처럼 조기에 오 시장 견제에 나선 이유는 명확하다. 다른 곳을 다 이겨도 서울을 내줘서는 ‘지방선거에서 이겼다’고 내세울 수 없어서다. 거꾸로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대구경북을 제외하고는 거의 유일하게 해볼 만한 곳인 서울 수성에 당의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런데 국민의힘 내부에 미묘한 기류가 감지된다. 오 시장을 향한 여권의 잇단 공세에 당은 남의 일 보듯 했다. 오 시장 측에서는 “당이 여력이 없어서”라고 했지만 당 내부에 ‘오세훈의 실족’을 바라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향후 서울시장을 둘러싼 국민의힘 내부의 길항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흥미를 돋구는 대목이다.

지방선거는 아직 여권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

사실 내년 지방선거는 아직 여권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정청래 추미애 최민희로 이어지는 민주당 지도부의 헛발질과 10.15 부동산정책, 대장동 항소 포기 등이 민심을 흔들기는 하지만 이 대통령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가 견고해서다. 지방선거가 이재명정부 중간평가 성격인 만큼 이 대통령의 성적표가 가장 큰 변수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매일 생중계되는 내란재판도 여전히 윤석열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국민의힘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내년 6월까지 이어질까. 지금처럼 민주당의 실착이 쌓이면 민심이 야당으로 쏠리는 상전이(phase transition)가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전제는 국민의힘이 내란세력과 확실하게 선을 긋고 ‘억까(무조건 반대)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사실이다. 지금같은 내란당 억지당 이미지라면 반전은 언감생심이다. 오히려 서울시장 자리를 여권에 내줄 수도 있다. 과연 내년 6월 3일 웃을 정당은 어디일까.

남봉우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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