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신중론에 시장 심리 얼어붙어

2025-11-14 13:00:00 게재

잇단 "금리동결 적절" 발언에 나스닥 급락 … AI 고평가 우려속 금리인하 기대 약화

13일(햔지시간) 뉴욕 월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근무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미국 뉴욕증시가 다시 크게 흔들렸다. 기술주 중심의 조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 인사들의 잇따른 신중 발언이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 1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나스닥지수는 2.3% 하락했고 S&P500지수도 1.7% 떨어졌다.

나스닥은 4월 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충격으로 급락한 뒤 반등해 10월 말까지 50% 넘게 상승했지만, 최근 2주 동안 흐름이 급변했다. 인공지능(AI) 관련주의 고평가 논란이 커지며 2000년대 초 닷컴버블과의 비교까지 제기되고 있다는 분위기다.

기술주 조정은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는 상황과 맞물렸다. 최근 두 달 연속 0.25%씩 금리를 내린 연준이 12월 회의에서 추가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낮아지며 미 국채 가격은 떨어지고 단기금리는 뛰었다. 2년물 금리는 이날 3.59%로 3bp(0.03%) 상승했다.

연준 의장 제롬 파월은 지난달 “12월 인하는 확정된 것과는 거리가 있다”고 선을 그었고,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도 12일 “단기간 추가 완화를 단행하기 위한 기준은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고 FT는 전했다. 장기 셧다운으로 주요 경제지표가 공백인 상황에서 연준의 신중한 메시지가 시장 불안을 더한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그동안의 금리 인하 기대가 과도하게 앞서 있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FT는 티케하우캐피탈의 자본시장 전략 책임자인 라파엘 튀냉의 말을 인용해 “시장이 연준의 완화 경로에 대해 너무 앞서 나갔다”고 전했다. 최근 연속된 금리 인하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추가 인하가 당연하다’는 기대를 키웠고, 그 기대가 되돌려지며 변동성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높은 성장이 기대되던 기술주는 금리 기대 변화에 즉각 반응했다. 엔비디아, 브로드컴, 인텔은 모두 3% 이상 하락했다. 로빈후드는 8.7%, 테슬라는 6.6%, 팔란티어는 6.5% 떨어졌다. 월가 예상치를 밑도는 매출 전망을 제시했던 AI 데이터센터 운영사 코어위브는 8% 넘게 추가 하락하며 최근 한 달 동안 낙폭이 45%에 육박했다.

찰스슈왑의 경제연구 책임자인 케빈 고든은 “올해 시장을 이끌었던 종목들이 한 발 물러나고 다른 업종이 따라붙는 조정 과정”이라며 “가치가 비싸게 형성된 종목일수록 불안심리가 커지는 시기에 먼저 충격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연준 발언과 기술주 조정이 겹치며 금리 인하 기대는 급격히 식었다. FT는 시장이 현재 “다음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약 50%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불과 3주 전까지 0.25% 인하가 ‘기정사실’로 여겨졌던 점을 감안하면 분위기 전환 속도가 매우 빠르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 주택시장 하락에 베팅해 이름을 알린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최근 자신의 운용사 사이언 애셋 매니지먼트의 SEC 등록을 말소하고 사실상 헤지펀드 운용을 접겠다고 밝혔다. 버리는 지난 10월 27일 투자자 서한에서 “내가 판단하는 자산가치와 시장 가격은 한동안 맞지 않았다”고 밝히며, 자신이 생각하는 적정가치와 실제 시장 흐름 사이의 괴리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SEC 등록을 해지할 경우 외부 자금을 받는 헤지펀드가 아닌, 규제 의무가 거의 없는 패밀리오피스 방식으로 전환해 자기자본 위주로 운용할 수 있게 된다.

AI 고평가 논란, 연준의 경고 메시지, 셧다운 여파로 인한 경제지표 공백이 맞물리면서 투자심리는 단기간에 크게 위축됐다. 시장에서는 기술주 중심 랠리가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와 함께, 연준 발언 하나에도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계감이 짙어지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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