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투자·실질금리 차이에 치솟는 환율

2025-11-14 13:00:02 게재

엇갈린 주요국 통화정책

ING “내년 원달러 환율

1400원대 안착 가능성”

세계 주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면서 환율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경제지표가 중단된 가운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안개 속에서는 속도를 늦춘다”고 발언한 직후, 연준 내부에서 추가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며 정책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1469원까지 치솟으며(원화 약세·달러 강세)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11일(현지시간)자 중앙은행 소식지(Central Bank newsletter)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10월 29일 기준금리를 3.75~4%로 인하했다. 파월 의장은 “안개 속에서는 속도를 늦춘다”고 설명했지만,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금리를 계속 내릴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며 정책 메시지가 엇갈렸다.

그럼에도 미국의 실질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달러 자산에 대한 선호는 견고하며, 이는 원화 약세의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BoE)은 기준금리를 4%로 동결하고 금통위원 개별 의견을 상세히 공개해 정책 신뢰도를 높였다. 동결 기조는 파운드화 안정에 기여하며 최근 원화 대비 주요 통화의 상대적 강세 흐름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행(BoJ)도 금리를 0.5%로 유지했다. 물가와 임금이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금리 인상 자제를 요구하면서 일본은행의 정책 독립성이 흔들리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금리 정상화가 지연되면서 엔화 약세(원/엔 환율은 엔저 방향)가 지속되고 있고, 이는 글로벌 자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제공하는 달러로 더 쏠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물가 안정에는 성공했지만 경기 회복세가 더딘 상황이다. 유로화는 뚜렷한 강세 요인이 부족한 가운데 달러 중심의 자금 흐름 속에서 중립적 위치에 머물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2.5% 동결을 5대1로 결정했다. 소수 의견에서 금리 인하가 제기되며 경기 둔화 우려가 드러났지만, 이창용 총재는 12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뿐 아니라 시기·폭·방향 모두 새로운 데이터에 따라 바뀔 수 있다”며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피벗’ 신호를 보냈다. 시장은 이를 즉각 정책 전환 가능성으로 받아들이며 긴장감을 높였다.

원화 약세와 관련해 이 총재는 “외환시장이 불확실성에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필요하면 개입할 수 있다”고 말해 구두개입성 경고도 내놨다.

그러나 미국의 실질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상황에서 한·미 실질금리 격차가 외국인의 원화자산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어 원/달러 상승 압력이 여전히 강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네덜란드 은행 ING는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대규모 투자 확대가 달러 수요를 자극해 원화 약세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NG는 내년 한국 성장률이 2% 수준으로 회복되고 반도체 수출이 확대되는 데다 연준의 금리 인하까지 맞물릴 경우 원화 약세 압력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ING는 “단기 조정이 있더라도 결국 원/달러가 1400원대에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완화 요인도 일부 거론된다. 최근 미국의 연방정부 셧다운 종료로 지표 공백과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달러 변동성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다. 그러나 세계 주요국의 통화정책이 제각각으로 움직이는 가운데, 향후 환율 흐름은 한국은행의 향후 발언과 미국의 정책 방향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양현승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