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참여하지 않는 ‘국민참여예산’

2025-11-14 13:00:08 게재

국민 제안·사업수 역대 최저치

기재부, 국회 시정요구 외면

“투명성·사후관리 부실” 지적

문재인정부에서 시도한 국민참여예산이 국민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예산에 반영해 달라는 국민 제안이 줄어들고 있고 국민들의 제안이 실제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비율도 바닥으로 추락했다. 재정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높이고 직접 민주주의 관점에서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려던 취지가 퇴색되고 있는 셈이다.

14일 국회 예산정책처의 ‘2026년도 예산안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국민참여예산 사업은 11건으로 2018년의 6건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내년 예산에 포함될 국민 제안도 올해보다 28% 줄어든 517건으로 역대 최저치다. 게다가 국민들이 제안한 사업 중 부처 검토 결과 ‘적격 제안’으로 선택된 건 3.3%인 17건에 그쳤고 이 중 11건만 정부안에 반영됐다. 이 또한 역대 최저 사업수다.

국민참여예산 제도의 토대인 국민 제안은 ‘2019년 예산’을 대상으로 접수한 게 1206건이었으다. ‘2023년도 예산’과 관련한 제안은 2043건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2024년도 예산’에 대해서는 1191건, ‘2025년도 예산’에 대해서는 718건의 제안만 들어왔다.

국회는 지난해에 이뤄진 ‘2023년도 결산심사’때 기획재정부에 “국민 제안의 감소 원인을 규명하고 제도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시정요구했다. 이후 올 3월에 기획재정부는 시정요구에 대해 조치완료했다면서 “국민참여예산 제도 활성화를 위해 올해부터 ‘찾아가는 국민제안’ 사업을 추진했다. 직접 현장을 찾아가 인터뷰를 통해 사업제안을 접수하는 등 좀 더 구체적이고 충실한 사업발굴을 도모했다”고 했다. 이어 “2026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찾아가는 국민제안’을 전년 대비 2.5배로 확대한 140건을 실시했다”고 했다. 국회 예산정책처 권순영 과장은 “‘찾아가는 국민제안’은 이미 ‘2024년도 대상’부터 실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새롭고 종합적인 방안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실적도 ‘2024년도 예산’과 관련한 국민제안 실적과 비교할 때에는 0.3배 수준”이라고 했다.

운영의 투명성, 홍보, 사후 점검 등도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 과장은 “국민참여예산은 2012년부터 시행된 서울시의 시민참여예산 등 주민참여예산을 참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서울시의) 시민참여예산 쪽이 블로그, 백서 등 다양한 홍보 매체를 활용하고 있고 홈페이지에서 참여예산위원회의 활동 내역, 운영위원회 회의 결과, 분과위원회 회의록 등을 공개하고 있는 반면, 국민참여예산은 일반 국민이 홈페이지를 통해 예산국민참여단 활동 내역을 확인할 수 없고 예산국민참여단만 확인할 수 있는 전용 메뉴만 별도로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9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중앙잔디광장에서 열린 2025 국회 입법 박람회를 찾은 시민들이 참가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기존 3년 간 편성된 국민참여예산 사업을 대상으로 하는 예산국민참여단의 예산 집행현장 모니터링 역시 부실하게 진행됐다. 산림청이 8회,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국가유산청이 각각 4회 등 상대적으로 모니터링을 활발하게 실시한 반면 경찰청, 공정거래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관세청,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법제처, 병무청 등 7개 부처는 최근 3년 간(2022~2024) 모니터링을 전혀 하지 않았다. 성평등가족부, 기후에너지환경부, 보건복지부도 대상 사업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인데도 모니터링 회수가 2~3회에 그쳤다.

게다가 2023년까지만 해도 ‘사업 제안자(국민제안)’가 모니터링 때 참여하도록 명시했던 지침을 지난해 2월에 바꿔 ‘참여’를 차단한 대목도 지적됐다.

권 과장은 “(국민)제안 사업의 선정 및 결정 과정과 후속 조치들에 대한 공정성과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참여예산제도 자체의 정당성이 훼손돼 참여도가 저하될 수 있다”며 “예산 집행 과정의 투명한 공개와 국민의 효능감 제고를 위해 모니터링을 보다 활발히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국가재정법에서 규정한 ‘예산 과정에의 국민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예산 편성 외에도 집행·결산 등 예산 과정 전반에 걸친 국민참여예산의 확대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내년 예산안에는 국민참여예산제도를 위한 예산규모가 11억3000만원이 편성됐다. 올해(5억9200만원)에 비해 90.9%(5억3800만원)가 늘어난 규모다. 이에 대해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는 “홍보비 4000만원을 제외하면 국민참여예산제도 운영 용역비 2억원, 홈페이지 운영 및 유지관리 용역비 및 클라우드 서비스 용역비 3억원 등 용역비만 5억원이 증가했다”며 “국민참여 예산제도의 도입 목적에 맞게 실질적인 국민의 의사가 예산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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