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대장동 항소 포기’에 요동치는 중도층
검찰이 대장동 사건에 대해 항소를 포기하면서 정치권은 전쟁 상황으로 돌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장동과 대북송금 사건은 검찰의 조작 기소라고 주장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항소포기가 대통령의 혐의를 무죄로 만들기 위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신중한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1월 11~13일 실시한 조사(전국1003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1.5% )에서 ‘검찰은 항소를 제기하지 않았는데 그에 대한 유권자의 생각’을 물어본 결과 ‘적절하다’ 29%, ‘적절하지 않다’ 48%였다. 23%는 의견을 유보했다. 연령별로 볼 때 대통령과 여당 지지세가 강한 40·50대에서도 양론이 비슷하게 갈린다는 점이 주목된다.
특히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뿐만 아니라 내년 지방선거에 큰 영향을 주는 유권자층은 중도층 수도권 청년층(중수청)이다. 이번 조사에서 중도층은 항소 포기가 적절 29%, 부적절 48%로 나왔고, 수도권은 서울에서 적절 30%, 부적절 46%, 그리고 인천경기는 적절 31%, 부적절 47%로 나타났다.
MZ세대 청년층은 20대(만18세 이상) 적절 17%, 부적절 42%로 나타났고 30대는 적절 24%, 부적절 49%로 나왔다.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에서는 적절 13%, 부적절 48%로 나왔다. 여론만 따진다면 검찰의 항소 포기는 집권 여당과 대통령에 악재(惡材)다.
검찰의 항소 포기, 여당과 대통령에 악재
중도층 여론마저 돌아선 이유는 ‘형식’과 ‘내용’ 양측면이 있다. 먼저 ‘형식적인 문제’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전국 일선 검사장과 지청장 평검사까지 상세 설명을 요구하며 검찰 지휘부에 반발하고 있다. 검찰 내부의 논란이 불거지는 상황을 종합해보면 매우 석연치 않다.
먼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다. 정 장관은 원론적인 차원에서 항소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라는 의견을 전했을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상급기관인 법무부의 ‘신중 검토’ 의견은 사실상 지휘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노만석 전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대검 연구관들에게 항소 포기를 결정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면서 “검찰이 처한 어려운 상황과 용산, 법무부와의 관계를 따라야 했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용산과 법무부가 등장한다. 항소 포기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도 사의를 표명했다.
정황을 보더라도 민주당, 법무부 장관, 대통령실의 해명은 설득력 있게 전달되지 않는다. 노 전 대행은 “저쪽에서는 지우려고 하고 우리는 지울 수 없는 상황이지 않나. 참 스스로 많이 부대껴 왔다”고 말했지만 검사도 민심도 납득시키기 불가능해 보인다.
다음은 ‘내용적인 문제’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지 않는 1심 선고에 대해 항소를 하지 않는다면 내용적으로 매우 큰 문제가 발생한다. 재판부의 1심 선고와 검찰의 구형은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 검찰은 김만배에게 징역 12년과 추징금 6111억원, 남욱에겐 징역 7년과 추징금 1011억원을 각각 구형했지만 1심 재판부는 김씨에게 징역 8년에 추징금 428억원, 남씨에게 징역 4년에 추징금은 0원이다.
선고 결과를 보면 이재명 대통령에게 위협이 되었던 유동규 전 본부장은 구형보다 더 중형이 내려진 반면 김만배와 남 욱은 형량이 더 줄어들었고 추징금도 현격한 차이가 나는데 확정된 형을 살고 나오면 그 수익은 고스란히 유지되는 셈이다. 검찰은 이들을 기소하면서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했는데, 재판부는 이들이 임무를 위배해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것은 맞지만 이들이 얻은 이득액은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며 업무상 배임 혐의만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대장동 사건 법적 판단 넘어선 '여론 시험대'
이번 사안의 본질은 ‘법의 일관성’과 ‘권력의 거리두기’다. 검찰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고, 법무부가 조직의 판단을 사실상 관리하며, 여당이 이를 이용해 반대의견을 징계로 몰아붙이는 구조라면 그것은 사법 정의가 아니라 ‘정치 정의’다.
대장동 사건은 이미 법적 판단을 넘어 국민의 상식이 시험대에 오른 사건이기도 하다. 대통령과 관련성이 있든 또는 없든, 그리고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관련성이 있는 또는 없든 이미 중도층과 무당층은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