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부채 500%, AI 버블 우려 중심

2025-11-17 13:00:03 게재

단일고객 매출 3분의1이 오픈AI에 집중 … CDS 급등으로 정크본드 우려 확산

오라클 창립자이자 기술총괄책임자(CTO)인 래리 엘리슨(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지난 1월 21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자리에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오픈AI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와 함께 서 있다. AP=연합뉴스
오라클이 인공지능 투자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빌리면서 AI 산업 전반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오라클 주가가 지난 한 달간 25% 급락하며 다른 빅테크 기업들보다 훨씬 큰 타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지난 9월 오픈AI 계약 발표로 얻었던 2500억달러 이상의 시가총액 증가분이 모두 사라진 셈이다.

래리 엘리슨이 창업한 오라클은 챗GPT를 만든 오픈AI에 컴퓨팅 용량을 제공하는 계약을 중심으로 앞으로 수년간 수천억달러 엔비디아 칩을 구매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AI 컴퓨팅 용량을 오픈AI 같은 주요 고객에게 제공하는 인프라 서비스 사업을 핵심으로 삼고 있다.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지만, 오라클은 이 계약으로 2027년에서 2032년 사이 3000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한다.

문제는 투자 규모와 속도, 그리고 단일 고객 의존도다. 오라클은 경쟁사들보다 늦게 클라우드 사업에 뛰어들었고, 이제 오픈AI 성공에 크게 의존하는 전면적인 AI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로스차일드의 알렉스 하이슬은 “계약 자체는 매출 수치로는 훌륭하지만 자본이 너무 많이 들어가 실제 창출되는 가치는 매우 적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은 오픈AI 같은 손실을 보는 AI 스타트업들이 기술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공매도 투자자는 “시장은 AI에 끝없이 현금을 소모하는 회사에 더 이상 관심이 없다고 명확히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라클의 재무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장기 부채는 약 960억달러로 1년 전 750억달러에서 크게 증가했고, 모건스탠리는 이 수치가 2028년까지 2900억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한다. 9월에는 180억달러 상당의 채권을 발행했고, 여러 은행을 통해 380억달러의 추가 부채 조달을 논의 중이다.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와 비교해도 오라클의 재무 상황은 취약하다. FT는 5대 빅테크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잉여 현금흐름을 기록했고, 자본 대비 부채 비율은 500%대로 아마존의 50%, 마이크로소프트의 30%보다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

오라클의 5년 만기 신용디폴트스왑(CDS) 스프레드는 금요일 한때 4.36bp 상승해 약 106bp까지 올랐다. ICE 데이터 서비스에 따르면 이는 2022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CDS는 일반적으로 회사의 신용 건전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하락할 때 상승한다.

블룸버그는 14일 자사 분석가 롭 쉬프먼을 인용, 오라클의 레버리지 증가가 신용 등급을 정크 등급 아래로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수백억달러에 달하는 AI 관련 부채 조달에 대한 헤지(hedge) 수요가 이러한 CDS 급등의 배경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신용평가사들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오라클의 대규모 AI 인프라 지출이 잉여 현금흐름을 앞질렀다며 채권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실제로 2028년까지 오라클 매출의 3분의 1이 오픈AI 한 곳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오라클은 오픈AI가 쓸 미국 데이터센터에 대해 5건 이상의 장기 임대 계약을 맺어 1000억달러의 임대 약정을 떠안았다. 분석가들은 데이터센터 임대 계약 기간이 오픈AI에 용량을 판매하는 계약 기간보다 훨씬 길다는 점도 주목했다. JP모건은 “공격적인 AI 구축 야망과 투자등급, 대차대조표의 사이에 불안 요소가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흥미로운 점은 경영진 교체와 내부자 거래다. 막대한 비용 때문에 클라우드 사업 확장을 꺼렸던 사프라 카츠 전 CEO는 9월 AI 중심의 새 시대로 전환하며 두 명의 공동 CEO로 교체됐다. 현재 이사회 집행 부회장인 카츠는 올해 주식 옵션을 행사하고 25억달러 상당의 주식을 매각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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